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먼지 Mar 27. 2020

중남미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민낯

콜롬비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온 지 약 한달,

의료체계가 좋지 않은 이 곳은 처음 확진자가 생기는 때부터

차단을 방패로 삼아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 사람들도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한 쪽은 아예 체념하며 운명에 맡기는 사람들과

또 한 쪽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


한국에 비교하면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국 입국 금지로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도 전 스물 스물 마스크 사재기를 하며

 콜롬비아에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 약국 및 슈퍼마켓의 마스크는 이미 품절상태가 되었다.


현재는 전국으로 약 6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온 상태,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부의 행동이 좋다고 생각하는 점이

즉각 즉각 사람들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자가격리 및 도시 자체 강제 격리도 벌써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훨씬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시아, 유럽의 선례를 보면서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을 몸소 느꼈을 것이고

더불어 확진자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났을 때

이들의 의료 상황은 유럽보다도 더 최악인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애초부터 제발~

 중남미 대륙은 바이러스가 살포시 넘어가주길 애토록 바랬다.


국영 방송국은 '너의 손에 (바이러스가) 달려있다'

이런 문구를 슬로건이라하여 달고 있는데

'자신들이 잘 관리해야 한다' 와 '손을 잘 씻자'등의

다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자신의 건강은 신경써야겠지만

어디 지금 이런 상황이 개인들만이 잘 한다고 해결 될 문제인가

국가도 책임을 지고 이 사태에 대비해야 하지 않나,

괜히 불안한 마음에서인지

내가 점점 꼬장꼬장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에 살면서

중남미 국가 및 언론매체에 대한 믿음을 접은지 오래,

불안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에서인지

이 무책임해 보이는(내 눈에는)슬로건 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도 잘하고 정부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은

이미 해탈에 다다른 평화로운 상태에 놓인 사람도 있고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분명 이 위기에서도 역시 계층간의 차이에 따라

이들의 모습은 완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사태가 심각해 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도시 강제 격리령이 떨어진 어젯 밤,

여전히 길에 다니는 사람들 몇명을 인터뷰한 뉴스를 보았다.


"하루에 17000원 정도 버는데, 일을 안하고 집에 있으면

방법이 없어요."

하필 인터뷰 대상이 된 시민은 어려운 계층의 가장

밤 늦게야 끝나는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겐

강제 격리든 자가 격리든 사치일 뿐이다.


두케 대통령은 해상, 육상 국경을 막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TV 뉴스 속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사이의 마을사람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신나게 동네를 뛰어나기고 있었다.


만약 이 지역들까지 코로나가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콜롬비아의 깊은 산속에 사는 한국인 친구는 총8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작은 도시에서 4시간의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그런 곳에 평화로이 살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들어온 이후 이 평화로운 곳을 벗어나기가 힘들어졌다.

그녀는 프랑스인 남편과 힘들게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프랑스도 잘 처신하지 못해

일파만파 확진자가 이곳보다 더 늘어나고 있지만


그녀가 그 길을 택한 것은 혹시나,

만약에 감기라도 걸렸을 때,

의료가 더 낙후된 이 곳에 있는 것이

두려워서이지 않을까?


나 또한 그렇다.

한국이였으면 불안해도 

혹시나 걸린다 해도

 '치료'를 할 수 있을 거라는믿음이 있기에 

150명 남짓 확진자가 나오는 수준에서

벌써 겁을 먹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러하기에 중남미 국가의 대부분은

이러한 열악한 의료환경에 비추어

 '치료'를 우선하기 보다

'통제'에 초점을 맞춰 이 사태에 맞서고 있다.


물론 원인을 차단하는 것은 가장 올바른 행동이겠지만

제대로된 치료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어느 국가 보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후폭풍이 심할 것이라 사료된다.


안그래도 벌써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한 경제는

얼마만틈 더 최악으로 치닫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런 경제악화가 실현된다면,

 과연 이 국가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해갈까?

자국의 경제를 먼저 살리고자 '금모으기'운동을 통해서...?

자국 정부에 믿음을 저버린지 오래,

아마 처참한 상황이 되면, 모두들...

고국을 등지고 떠나는 방안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네수엘라가 그랬고 여전히 그러한 것 처럼...


한편, 여기도 벌써 학교들은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 개학, 개강을 연기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계층간의 격차는 나타나게 되어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되는데 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수도 보고타는 좀 덜한 편이지만,

주위 외곽도시만 나가도 인터넷이 잘 안터지는 구역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콜롬비다 단편 영화에서

보고타에서도 여전히 물을 길어 생활해야 하는 구역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인터넷은 오죽하겠는가?


나 또한 인터넷으로 학생들과 수업이 있는데

이 중 한 여자아이는 집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가 없다.


 상황은 더 악화되면,

이 때는 정말 화상 수업이 아니고는 솔직히 방법이 없는데,

그래서 더 이런 상황이 약속하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하하하, 너무 다들 오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이,

자신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도 다 알기에

태연한 척 하는 이 학생의 말이 되려 안쓰러웠다.


어쨋든 지금 콜롬비아는 외국인들의 자가격리가 잘 통제 되지 않는 통해

입국을 금지하기로 하였고 (따라서 여행도 할 수 없다.)

한국 대사관에서는 여행객들은 속히 한국으로 귀국할 것을 권하고 있다.


*어제 3/20 밤, 콜롬비아 정부는 어떤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다시 강제 격리 기간을 총 한달에 가까이 늘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대면 노동자 층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민낯


이번 일을 통해 세계는 다시금

국가가 정부가 정말 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대영제국, 로마제국, 신대륙 개척 등 옛 영광에 살았던

유럽 국가들의 민낯이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자유스러움이,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이 부럽기만 했고

그 속에 살고 싶다 동경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대영국제국의 총리는 이번 상황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겠다고

쿨한 척 발표를 했으나

모두가 그 뒤에 숨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그들의 정부, 의료 서비스 등을

 태연한 척 덮으려고 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옛날의 영광에 여전히 영국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예전부터 유럽 지역 내에서도 인종차별문제가 많았던 영국,


내가 아는 친구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그냥 길거리에서 얼굴에 가격을 당한적도 있다.


이전 '신사의 나라'는  이제는 허상일 뿐이다.


이탈리아의 공중보건은 문제는 예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던 문제라고 한다.

다만, 그들의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렇게 까지 문제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진 직후, 그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 없는 것이 현실...

한국인들이 유럽 중에서도 정말 많이 가는 여행지인 이탈리아,

여행가고는 싶지만, 정말 살고 싶은 국가인가?

 이제는 그런 '낙천적'임이 그리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스페인은 어떤가?

스페인은 이제 중국,일본도 아닌 한국 관광객들이 대부분일만큼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상황을 보면서도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현재는 의료진들끼리 마스크를 나눠 쓸만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프랑스 마저도

 강제 격리 하루 전 모두가 나와 마지막 축제를즐겼는데

그들의 자유분방함?은 그리 멋스럽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교육 등 앞서 나가 보이던 프랑스도

 확진자가 한국을 앞질렀다.


이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

그동안 스스로 잘 숨겨왔던 국가들의 폐부가

 이번 계기를 통해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


극한에 처했을 때 진짜 얼굴이 들어난다는 말처럼

각 국가들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


나는 사실, 남편이 외국인이라 외국에 살게 되었지만

항상 한국에 사는 것도 좋았다.

외국에서 조금만 생활해 보면 알겠지만

결국 살다보면 다 어디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헬조선이라고 막상 살 때는 불평도 하고

나가서 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있고

나의 삶이 있는 한국이 어떻게 안좋겠는가?


물론, 외국에 살면서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사람들, 일, 새로운 삶을 사는 것도 너무 좋지만

고국이 항상 그리울 때가 있다.


더불어 때가 때인지라,

그 어느 때 보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래도 '한국'만큼은

의료 시스템도 가장 마음에 들고

어려울 때 힘을 합치는 한국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멋지고 한국사람임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다시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유럽 지역의 교민들은 전세기를 불러서 서로 돈을 모아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도 점점 번지고 타격이 커진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데,

나도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이동 자체가 더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

나도 위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금 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 글을 썼지만

놀랍게도 나는 하루 하루 집순이 생활에 너무도 잘 적응하고 있다.

본래부터 재택근무로 많이 일을 햇었고 해서, 특별히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바깥에 마음껏 못나가는 것은 답답하긴 하다.

어서 이 사태가 좀 진정되어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공원으로

팝콘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영화관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