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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Dec 31. 2020

사람들은 비극을 즐겨요.
스페인판 ‘개구리 소년’사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5부작 시리즈 '알카세르 살인사건'


<기본 정보>

• 내용 : 스페인 유명 실종살인사건 다큐멘터리

• 출시 연도: 2019년

• 장르: 다큐멘터리 – 범죄 탐사 보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시리즈 구성: 6부작 (1부 ‘실종’ / 2부 ‘범죄’ / 3부 ‘가설’ / 4부 ‘재판’ / 5부 ‘매듭’) • 한 편당 : 60분 

• 프로그램 소개 링크: https://www.netflix.com/title/80213115


#3명의 소녀들이 사라졌다. 

1992년, 스페인 남부 발렌시아 근처의 작은 마을, 알카세르에서 3명의 14살 소녀가 실종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시체들이 발견되는데…스페인의 작은 마을,  어떻게 보면 단순한 실종 사건..하지만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희대의 스캔들이 된다.사건이 발생하지 약 3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소녀들을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스페인의 실제 실종 살인사건을 탐사 보도 형태로 제작된 다큐이다. 우리나라 '추적 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을 떠올린만한 탐사보도 다큐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 다큐의 본질은 사실 다르다. 살인사건의 추적 뿐만이 아닌 언론, 정부,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의 민낯을 보여준다. 

살인 사건이 있던 당시 1992년부터 2019년 약 30년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들과 함께 

정부, 피해자 가족, 용의자 등의 이야기등 1시간짜리 5부작 다큐에 촘촘하게 기록되어 

일단 1부를 시작하면 5부까지 끝내야할만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단순한 실종 살인 사건에서 희대의 비극이 되기까지...셰익스피어 4대비극 뺨치는 스토리

'실종살인사건에 관한 다큐구나..' 단순 소개 정도만 보았을 때는 함께 범인을 찾자는 추리 다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이 다큐가 시사하는 점이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추리 다큐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는 발단에 불과할 뿐, 전개 절정, 그리고 다큐의 결말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어떻게 우리 모두가 정치, 언론 대중의 힘이 희대의 비극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쏠리게 된다. 

실종사건의 범인을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 이 다큐의 시작이 되었다면 이야기의 끝은 바로 한 사건에 연결된 수많은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사건이 상당히 과장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며 

결국은 범인이 아닌 언론, 대중, 개인 모두가 써내린 희대의 비극을 만나게 된다. 




제목 : 알카세르 살인사건



#연출, 시나리오 : 자극적인 소재, 감동까지.. 언론의 구성력!

사건은 연말연시를 즐기며 클럽에 간 세 명의 14-16살의 소녀들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가족이 함께 여야할 연말연시 세 소녀의 실종 사건은 가장 주목받는 사건이 되고 모두들 아이들이 

가족의 품에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커지며 그저 한 사건으로 묻히지 않고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경찰들은 단순 소녀들의 가출 사건일 가능성을 보며 수사를 늦게 시작하였지만 이 사건이 전국적으로 말 그대로 핫이슈로 떠오르게 되며 수사는 박차를 가하게 된다. 언론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가족들과 인터뷰를 넘어 당사 TV쇼까지에도 출연하게 하며 아이들을 찾고자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며 감동을 일궈 시청률을 올린다. 물론 처음에는 범인에게 간절함을 호소하고 아이들을 빨리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사건은 점점 이상하리 만큼 과장된 음모론으로 확장되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당시 세 소녀의 장례식은 전국적으로 생중계되기까지 했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와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인터뷰에서 희생자 가족의 대표였던 미리암의 아버지,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내가 이렇것을 받아도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니 이 아이들이 이런 애도를 받아도 될 자격이 있는지 몰랐다." 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연히 이는 방송사의 계획이었고,  방송사는 대대적 추모식을 기획하고 이들의 장례식을 전국적으로 방송했다. 그들이 예상대로 시청률은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에도 따로 이 사건을 주목하는 tv쇼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지는 등 그 파급력은 커져갔다.


이렇게 언론은 이 사건을 한참동안 이용했고 대중의 열기도 식을 줄 몰랐다.덕분일까..? 이후 수사도 빠른속도로 이루어 지면서 이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용의자가 검게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 중에서도 대표자로서 아이들의 사건에 첨여하게 관여하던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이들의 수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고 언론과 함께 수사에 반기를 듣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과연 수사가 의심스러워서 이 인물이 수사에 반기를 품게 된 건지 아니면 자신의 인생 처음으로 받아본 세간의 주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마 그만 그 속내를 알지 않을까?



#주연: 페르난도 가르시아 (한 희생자 소녀의 아버지)

사실 아이들의 장례식이 끝나는 시점에서 이미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당시의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 되었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그의 취지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부턴가 그를 영웅시하는 이상한 풍조가 나타난다. 이후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피해자의 아버지이기 전에 경찰, 정부의 수사 과정에 반기를 드는 세력의 중심이 된다. 이때부터 이 실종 살인 사건은 언론의 욕심과 이기심 뿐만 아니라 한 순간에 대중의 인기를 업게 된 한 개인의 욕심으로 점점 사건의 본질에서 더 훼손되어 간다.  말하자면, 이 희대의 비극에 제대로 극을 이끌어갈 제대로 된 주인공이 나탄난 것이다. 


#조연 : 후안 이그나시오 블랑꼬


더불어 한 범죄학자이자 저널리스트가 그를 돕게 되며 이제 사건은 정부 음모론 국가 간의 음모론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이미 여기서 부터 세 소녀의 실종과 죽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피해자의 아버지였던 페르난도 가르시아와 범죄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후안 이그나시오가 언론을 등에 업고 사건을 파헤치며 점점 이상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다큐는 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하는 것 보다 이들이 이 대중의 인기를 얼마나 악용하기에 까지 이르렀는지에 후반부의 이야기가 더 초점이 되어 이어진다. 페르난도와 후안은 아이들의 죽음을 밝히는 진상규명과 앞으로 이런 일의 방지를 위해 재단까지 설립한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보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돈을 받아 재단을 꾸리고 순회행사까지 다니게 되는 이 두 인물. 하지만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후안과 페르난도의 사이가 깨어지면서 이 재단으로 번 돈은 오로지  페르난도 개인 재산으로만 남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과 대중의 열광, 그리고 개인의 욕심이 이 평범한 아버지를 마치  교주, 사기꾼으로까지 바뀌게 한 것은 아닐까?  이에 가담한 범죄학자이자 기자인 후안의 행동도 확실한 증거보다는 그저 가설에 가까울 뿐, 그들의 행보가 길어질 수록  점점 의심만 더해 간다. 

이 둘의 자체 수사는 정확하기 보다는 자극적이었고  각종 TV프로그램에 등장하며 계속해서 미스터리한 수사 과정을 곱씹기만 하는데.... 이제야 와서 다큐는 이러한 과정을 낯낮이 보여주고  용의자 수사과정, 증인들의 증언,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판사까지 모두의 입장과 의견을 보여주며 이 사건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론의 과도한 개입으로 사실이 이야기로 커지고 이와 함께 대중적 인기의 맛을 본 한 개인의 욕심이 이 사건을 어떻게 희대의 스캔들로 키워가며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는지, 영화를 뛰어넘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정작 용의자들은 시골에서 망나니 처럼 살던 청년들이 전부...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엔 알카세르 살인사건의 범인과 피해자보다는 새로운 음모론을 만들어 내며 대중몰이를 한 언론과 두 인물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간다. 약 30년의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며 이제 누가 범인인지를 알기 보다 어떻게 사건이 언론, 개인, 대중 모두의 힘으로 이렇게 까지 변할 수 있는지, 그를 지켜보는 가운데 헛웃음이 나기도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오랜시간 동안 이 다큐를 찍으며 진실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매끄러운 5부작의 구성으로 그 수고가 느껴지는 강력추천하는 웰메이드 다큐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알카세르 살인사건>


감상 포인트: 


엄청나게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여 현재의 CG기술로 다시 한번 사건을 들여다 보며 

수사에 현대적 기술을 더해 범인을 찾기 위해 세심하게 수사를 다시 한번 되짚게 한 점.

당시의 영상, 시청각 자료와 현재의 이야기를 서로 짜임새 있게 조립하여 지루할 틈이 없이 만든 점.

 

한출평: 사람들은 정말 비극을 즐기네요. 


장점: 5시간 순삭 뭐야 다큐가 왜 이리 재밌어?

단점: 그래서 결말은...?고구마 백개 먹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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