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럽고 차가워진 한국에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기를 낳고 그 아기는 벌써 18개월이 됐다.
2년이 넘어서 글을 처음 써 보니 도대처 무슨 말 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임신, 출산, 육아..?!
물론, 그 이야기들도 빠질 수 없겠지만 그냥 오늘 느꼈던 것을 쓰고자 한다.
그런에 왜 갑자기 샤넬이냐고?
2022년 3월 출산을 위해 한국에 갔다. '어떻게 살까?' 고민하며 썼던 글이 마지막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아기가 생겼고 그래서 코로나의 끝무렵 출산을 위해 한국에 갔다.
그런데 뭔가 한국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고급지고 차가운 느낌?ㅎㅎ
고급이란..사람들의 차림새에서 너무 많은 명품을 볼 수 있었어 그냥 '고급'이라 표현했고
거기서 나오는 여유라기 보다는 더 옆이 아닌 앞만 보고 가는 분위기에 '차가움'이 느껴졌다.
고급짐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돈 앞에 더욱 냉정해진 것 같았다.
딱히 살 것이 없는 임산부는
병원에 가고 약국에딱 가고 마트 정도 가는 게 다인데,
옷,가방, 신발 등의 샤넬이 아닌
그냥 모든 것들에서 '샤넬'같은 브랜드가 생긴 것만 같았다.
임산부를 위한 약도 그랬고
산후 조리원도 그랬고
아기 분유 또한 그랬다.
모든 것들의 최상위 브랜드 들이 있었고
사람들의 최고를 위한 갈구는 더욱 커진 것 같았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지...
삶이란 결국 냉정하게 그런 것인 걸 알면서도
너무 대놓고 결과를 우선시 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코로나보다 사람들을 더 옥죄는 것 같았다.
'코로나 때문인가..?'라고 여겼지만
날 선 사람들의 분위기는 포스트 코로나가 되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기를 만회코자 더 너를 나를 옥죄고 있었다.
진작 집을 사야했고
진작 재테크를 해야 했고
진작 n잡러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목표는 바로 '돈'이다.
이젠 보다 사회는 더 견고하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음을 가르침으로 삼았다.
샤넬이 곧 행복인 사회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소외감을 느꼈다.
한국어 수업을 하게 되면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직업의 특성 상, 주말에 더 일이 많아졌다.
가끔 남편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 주말에 더 일이 많아진 나에게 친구들은 정말
"안됐다..'라는 표정으로
주말까지 일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말이라고 해봤자 고작 한 두시간 일하는 것 뿐인데
이 한 두 시간이 그들에겐 '고작'이 아닌
주말 휴식의 커다란 방해라고 보여진 것 같았다.
한 두 푼 더가 아닌
한 두 시간 더 쉬는 것이 중요한 그들..
"신기하다, 진짜..."
나를 너무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 시선이 어이없고 신선했다. ㅋㅋㅋ
이 뿐만 아니라 그냥 하는 말로 식당이나 바를 해 보고 싶다고 남편 가족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너무나 염려스러운 얼굴로
"식당을 하면 네 삶이 없어진다."라는 표정으로 가볍게 나의 '벌어보자'라는 의지를 꺾었다.
신기했다. 외식업 사업의 실패 확률이 아닌 휴식의 비율을 걱정하는 사람들..
내 아주버님만 봐도 그렇다.
그에겐 돈보다는 자신의 휴식이 중요하다.
많지는 않지만 내 몸 하나 넉넉히 건사할 수 있는 봉급과 그 보다 더 중요한 '휴식',
그는 돈보다 휴식이 보장된 직업을 택했다.
헬조선이라고 외치는 우리와는 달리
스페인이 천국이라 믿는 그는
나에겐 가끔 그의 모습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그리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어떤 남의 시선에 비춰진 행복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오롯한 행복이다.
그렇게 샤넬 없는, 샤넬 없이도 행복한 그들의 사고 방식에서
샤넬은 행복을 거들 뿐이지 행복의 대명사가 아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인가,
그래도 한국에 있으면서 각 임신, 출산, 육아 분야의 '샤넬'들을 그새 학습했고
그 짧은 기간 내에 나 또한 샤넬을 두른 행복을 바랬다.
이후 강제적?으로 다시 돌아온 샤넬 없는 삶은
다행히 ㅎㅎ 불안함 보다는 되려 안정감을 주고 있다.
열만 나지 않으면 언제든 아기를 맡아 주는ㅎㅎ
오은영 선생님의 느낌은 1도 없지만
유리(우리 딸)가 안아달라고 메달릴 정도로 푸근한 옆집 할머니같은
어린이 집의 분위기,
절절매는 초보 엄마 앞에 아기들은 우리보다 강하다며
언제나 그냥 '괜찮다'고 말하는 소아과 선생님,
스타벅스와 비교할 수도 없이 후지지만 ㅋㅋㅋ
내가 굳이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갖다 주는
단골 카페가 주는 행복
이런 소시민적 행복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데
잔잔히 스며드는 햇빛같다.
말 그대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말했던
그 '봄날의 햇살'같은 행복이다.
나는 어쩌면 그래서 개천의 용이 아닌 올챙이 밖에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샤넬 없는 그 소소한 행복이 나는 그냥 더 편하다.
연말연시, 한 해를 돌아오며..
나는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 해에도 보이는 것보다 느끼는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