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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Sep 29. 2020

해외 살이 4. 코로나 시대의 임산부

콜롬비아의 의료보험

< 저 임신했어요, 디지털 임테기 몇주인지 나옴 가격은 한화 8-9천원 >


#행복하기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코로나 시대의 해외 임신

드디어 강화 격리가 완화되고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 사실 한 두 달 전부터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 너무 이른가 싶기도 했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있고 주위에서 아기를 갖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에 6개월 계획으로  즉 연말, 연초쯤 임신을 생각하며 임신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 달 만에 임신이 덜컥 돼버렸다.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여전히 몇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콜롬비아에서 병원에 드나들걸 생각하니.. 또 덜컥 겁이 났다. 


<콜롬비아의 병원 풍경. 사진 출처  :  el colombiano >


#듣도보도 못한 의료시스템

자 이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콜롬비아 거주 계획은 1년 뿐이였기도 하고 2년이 돼가는 동안

 다행히 아무도 아프지 않았어서 병원에 어떻게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남편은 인사부를 통해 보험을 알아본다고 했는데 

'아니 그냥 주위 산부인과 가면 되는데.. 뭘 또 알아봐..?'

이렇게 안일하게 한국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의 의료시스템은 너무도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체계였던 것~~!


< 콜롬비아 공보험 회사들 >


#콜롬비아 공보험과 사보험

자, 먼저 콜롬비아는 두 가지의 보험이 있단 공보험과 사보험,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 국민건강보험과 다양한 보험회사에서 추가로 사보험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는 조금 다르다. 결국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지만 사보험은 더 비싸게 마련이고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들 수 있다는 것인데...체계는 한국과 굉장히 달랐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적어도 콜롬비아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줄 선 사람들, 출처 : zona cero >


#진정한 공공의료는 없다

이곳의 공보험은 아주 기본 수준부터 프리미엄급까지 있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한 달에 얼마 보험비를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이 보험을 할 수 있는데 프리미엄이 한 달에 한국돈으로 인당 6만 원쯤 된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또 이것이 공보험이라 할 수 없는데 왜냐면 일부 보험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험 회사 별로 메디컬 센터를 가지고 있어서 일종의 공보험을 대행하는 대행사라고나 할까?!! 어쨌든 공보험이든 사보험이든 자신의 보험회사에 해당하는 병원에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무튼, 보험 회사별로 병원들이 있기에 만약 다치게 되면,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닌 가장 가까운 해당 병원에 가야 한다. 

먼저 이 시스템은 내가 어디가 아프든 아주 명확이 히 눈에서 피가 날 지경인데도 안과가 아니라 일반 의사한테 진료를 받아야 한다.그리고 이 일반의사가 안과에 가~! 해야지 안과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더불어 이 기본 일반 질료든 뭐든 무조건 전화상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응급실은 물론 제외)

자 그러면 이 기본적인 것을 봐주는 일반 의사를 만나기가 쉬우냐..? 그것도 아니다. 

싼 보험을 가입한 계층일수록 일반 의사 접견도 힘들다. 왜냐하면 먼저 예약을 했어도 더 높은 급의 보험을 가진 사람이 예약을 하면 무조건 그 순서가 밀리기 때문인데.. 그래서 콜롬비아에서는 "의사를 보지도 못한 채 기다리다 죽는다."는 날이 있을 정도...! 

정부는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이 방안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허울 좋은 말일뿐, 

결국 돈이 없으면... 죽으라는 말이다. (너무 극단적인가...)


#뭐라고? 우리 공보험이라고?!

나는 남편과 함께 남편회사에서 해 준기존 공보험 프리미엄급의 보험이었다. 남편 계약은 무조건 사보험인데.. 공보험이었다고..?!!(이제서야 이걸 알게 된 우리...또르르...)

코로나 시대에 임신을 한 상황에선 청천벽력... 알고 보니 그전 인사부 사람이 일을 엉망으로 해놔서 ㅠㅜ 

이렇게 되었고 둘 다 외국인이었기에 남편도 그냥 회사가 알아서 했으려니 생각하보 그냥 이걸 사보험으로 생각했다는 것! 현재 그 인사부 책임자는 이미 회사에 없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사보험을 무조건 강력하게 변경할 것을주장했다. 

남편은 다시 회사에 사보험을 요청했고 본래 계약상 사보험이기에 물론 바꿀 수 있었지만 

인사부 사람에게는 어쨌든 일이 하나 늘어나는 셈, 

그러다 보니 공보험 프리미엄도 좋다며 더불어 페널티도 있다면 뭔가 남편을 구슬리는 것 같았다.(이런...ㅆㅀ) 


이런 거에 생각보다 남의 말을 잘 믿는 남편은 공보험 프리미엄서 사보험 프리미엄으로 바꾸면 자신의 육아 휴직일 수를 잃게 된다는 식으로 그 페널티에 대해서 말하며 현지인들이 프리엄도 좋다고 했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주위 한인 분들은 절대적 사보험 지지였다. 

일단, 나는 그래도 믿음을 가지고 처음엔 '그래~알았어 아 정말..뭐 그렇다면 일단 해볼까..?' 

이렇게 고지 곧대로 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문득, "아니 말이 안되지 않는가? 보험 회사 바꾼다고 나라가 정한 출산 휴가를 왜 잃는다 인가? 더불어 남편은 스페인 사람인데.."는 생각이 들었고 답답함에 내가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좀 뒤지고  학생 중에 의사들도 있어서 조언을 구했다. 그들도 역시 기본적으로 사보험을 추천, 시기가 시기인지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기를 권다. 이런 저런 조사 끝에 결국 공보험을 아예 취소하지 말고, 가장 기본으로 바꾸고 (이건 우리가 낸다고 치고) 사보험을 하나 더 들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남편을 추궁해 이 점을 물어보라 했다. 인사부를 통하지 않고 남편이 직접  보험회사들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그냥 취소만 안 하면 그 이상한 페널티는 받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정말, 일 참 대충 대충한다...ㅠㅜㅠㅜ


<콜롬비아 사보험 회사들 >


#사보험으로~!

암튼 남편을 집요하게 추궁해 제일 괜찮다는 사보험 회사 2 곳에 알아봐서 가장 적합한 곳을 택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 곳은 남편 퇴직금 펀드 회사랑 자매결연? 이런것을 맺고 있어서 할인 혜택까지..!! 어쨌든 잘 해결돼었다. 한시름 놓게 된 것 ㅎㅎ

자 그러면 내가 왜 이토록 집착해서 사보험으로 바꿨냐 하면은... 아주 간단하게는 그렇다. 사보험을 적용하는 병원이 그 갯수가 아주 많다는 것 동네의 아주 작은 개인 병원들도 그렇고 내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보험 프리미엄도 그럴 수 있으나 그 선택의 폭이 정말 다르다.

더불어 어디가 아플 때 한국처럼 그냥 바로 가장 까까운 병원에 가면 된다.(물론 자기 사보험을 받는지 확인은 해봐야 하고 예약도 해야겠지만, 대부분의 사보험은 어느 병원이든 다 적용이 된다.) 뻔히 눈병인걸 아는 데도 일반 의사 진료 예약하고 기다리고 일반의사가 확진해줘서 전문의에 가야 하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전공이 보려고 기다리다가 돌아가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여기서 공보험 프리미엄은 일반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사실 매우 사보험과 비슷하지만 그냥 난, 내가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불안했다. 특히 시기도 시기려니와...


#공보험의 장점..?!

그렇다면, 공보험은 장점은 없을까? 물론 있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못한 계층을 위한 것이기에 보험료도 싸지만 진료비도 어마 무시하게 싸다. 예를 들면 사보험 든 사람은 개인 클리닉 가서 한 번 진료 보고 만원 정도 내야 한다면 아주 기본급인 사람은 하나도 안내도 되거나 천원도 안 되는 돈을 내도 된다. 

물론, 분명 같은 의사일 순 없다. ㅠㅜㅠㅜ


< 나도 언젠가 저렇게...?!!ㅎㄷㄷ >


#임신 첫 주 보험 문제로 스트레스

어쨌든 나의 임신 확인 첫 주는 기쁨과 설렘보다는 걱정과 염려로 끝이 났다. 그다음 주에 첫 산부인과 진료가 있다. 보험을 옮겨도 매 달 1일부터만 시작할 수 있어서 다음 달이 되기 전까지 2주가 남아 일단은 공보험 프리미엄으로 진료를 잡았다. 첫 주는 3일 연속으로 병원을 갔는데 이 내용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세세하게 이야기하기로 ^^


 

#임신이 기쁘지만은 않은 임산부, 나 비 정산인가요? 

그래도 임신한 것은 기쁜 일 아닌가...?라고 생각해보지만 사실 난, 분명 임신을 바랐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막 엄청 행복하고 기쁘지는 않다. 아마 지금 상황이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한바탕 보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보험 문제가 처리된 후, 맞은 결혼기념일(기가 막힌 타이밍)

한 숨 돌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벌써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목구멍을 턱 막히게 한다. 

내가 과연,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특히나 이런 시기에... 먼 타국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외국에서 내 가족도 시댁도 없는 이 먼 곳에서 언어도 완벽하지 않은데 혼자 병원도 잘 다니고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현재 나의 임신 증상은  입덧은 없는 데 엄청 졸리다.

 나의 불면증은 이렇게 완치가 되는 것인가...ㅋㅋㅋ일단, 좋은 점만 생각해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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