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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l 10. 2024

88.낯을 가리지만 적극적입니다???

<내향적인 집순이지만 삶에 대한 수동형은 아닌 아이러니>



집순이에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은 어떤 일상을 보낼까?

많이들 에너지 낮은 I형의 사람들은 집에서 누워서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무한대까지는 아니고) 비교적 잘 발휘된다.

I형 사람들이 혼자 있게 되면 누워서 쉬기보다는 자기에게 필요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타인과 함께할 때 보다 혼자의 시간을 좋아하다 보니 에너지를 아끼며 양질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오히려 E형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힘을 쏟는 것과 달리 I형 인간은 에너지를 잘 비축하여 자신에게 집중하기 좋다.


평소 생활을 취미와 삶에 대한 도전과제로 채워 바쁘게 지내는 나를 보고 한 동료가 말했다.

“아니, 엄청나게 활발하잖아?”

그러나 이런 활동성은 인간관계에 관한 게 아니다.

나는 전혀 활발하지가 않다. 그저 해내야 하는 다양한 생활의 미션들이 과제처럼 있을 뿐.


활발하다 앞에 들어가는 주어가 중요하다.

사람들 속에서 활발하다가 아니라, 주어진 일상에서 활발하다는 것이 맞다.

내향형은 수동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외향은 적극성과는 상관없다. 다만 단체 속에 있을 때 에너지가 없어 보일뿐.

내향적인데 적극적인 사람이 언뜻 매칭이 안 되겠지만, 조용히 저력 있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다들 조용히 움직이고 있어서 언제 저걸 해냈지? 싶은 순간이 많을 뿐.


I형 인간이 누워서 충전만 한다는 것은 큰 오산이다.

혼자 있게 되면 생각보다 활기찬 생활을 보내게 된다. 나는 집에서도 항상 바쁘게 뛰어다닌다.

잡스런 취미가 많은 이유는 혼자서 놀기 위해서 습득된 활동일 뿐이다. 이런 집순이의 장점은 친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보를 집착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미부자라 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고 '저따위 자격증 대체 어따 써? 혹은 그런 자격증이 있다고?' 싶은 쓸모없어 보이는 자격증도 많다.


내향형이든 외향형이든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이다.

사람이나 세상과 거리 둘 필요는 없지만, 굳이 인간관계를 위해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나 시간을 모두 낭비할 필요는 없다.

삶의 희로애락을 타인이나 주변 상황에만 기대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외부 조건들은 변수가 많다. 남 때문에 휘둘리고 괴롭다. 나의 기쁨이나 만족도 남에게만 바라고 기대게 된다. 본인의 만족과 행복은 남이란 변수가 아니라 자신이 설계해나가는 편이 낫다.


결국은 혼자가 될 때가 올 것이고 죽을 때까지 남는 것은 나 자신이니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여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내향적 사람이 다른 사람들처럼 원만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만을 향해 노력하면 자신의 리듬이 깨지게 된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만남을 자제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오히려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내향인들이 외부활동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자주 이어지면 정신적인 소모가 크다. 업무적으로 바빠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당히 우울해진다.

생각과 할 일을 정돈하며 일상의 많은 것들을 흐트러짐 없이 정비하고 싶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풀타임 24시간으로 집에 머물며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나의 우울은 사람들과 빈번한 접촉과 마찰, 나 자신을 성찰한 시간의 부재 때문일 경우가 많다. 의식과 에너지가 자꾸 외부로 향하면 나 자신의 현재 위치나 의미를 인식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에너지 한계치를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 사람과 거리를 두는 느낌이 든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응원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들은 마음으로만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대면하며 에너지를 급격히 소진하고 나면 영혼 없는 말을 하게 된다. 상대에게 집중력을 잃은 상태에서 대충 행동하면 꼭 상대편이 서운함을 느낀다. 그래서 진심 어린 응원은 따뜻한 마음으로 멀리서 바라볼 때 이루어질 수도 있다.


슈퍼 내향인인 내 소중한 에너지는 다음날 출근을 위해 비축해야 한다.

E형 인간이라고 신나게 전날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멍하고 피로하게 업무시간을 날려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뭐 그런 선택이야 본인이 하는 것이겠지만 외향적 인간이라고 에너지가 남아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이들도 발산되는 외향성을 낭비하면 다음날 에너지가 바닥이 된다. 게다가 외향적 사람의 성향상 에너지를 낭비해 버리기 쉽고 자신에게 집중된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도 하다.

오히려 외향인들이 외로움이나 자기 상실감을 느끼기가 더 쉽다.

24시간 내 주위를 타인이 채워줄 수 없고 부득이하게 혼자의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삶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외향은 장점이 되기보다 단점이 많다.

물론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할 말 없지만, 성적 말고도 조용히 스스로를 성찰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소홀해하기 쉽다.

요즘처럼 휴대폰이나 다양한 매체들로 인해 주의와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기 쉬운 시대에 자기 내면에 집중하여 단단한 사람이 되는 능력은 참 귀하다.

내향적인 수렴의 시간은 살아가는 많은 순간에 저력이 되곤 한다.

삶의 충만한 느낌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다.


사람들과 즐기는 시간으로 나의 가치를 확인하기보다, 내 에너지를 아껴 반듯하고 단정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오늘 계획한 일들을 차질 없이 끝내고 싶다.

나는 계획에 실패하면 자책이 하늘을 찌르므로 더욱더 자기 자신을 위해 혹독한 생활을 살 수밖에 없다. 자신을 괴롭히지만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너피스가 어려운 성질이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명상과 요가다.


솔직히 남과 노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홀로 놀기는 재미라기 보다도 편하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 역시 딱히 재밌는 게 아닌 걸 보면 그냥 혼자 편한걸 선택하는 것이 낫다.

재미를 위해 사람을 만나냐 반문하겠지만, 재미도 의미도 없는 것에 시간을 쏟기엔 할 일이 너무 많다. 게다가 해야 할 일을 미뤄놓고 다른 것을 해봐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다. 미션을 하나씩 쳐낼 때 무사가 적군의 목을 베는듯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쉬는 것에서 의미를 못 찾는다. 투두 리스트에서 사라지는 목표를 보며 기쁨을 만끽할 뿐.


낯을 가린다고 사람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차갑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기본적으로는 꽤 밝은 성격인 사람도 많이 봤다. 엄청나게 낯을 가리는 좀 어려웠다가 친근한 사이가 되니 정반대인 사람들이 있었다.

최근에 야근하다가 식사 한번 같이한 직장 동료가 있는데 엄청나게 냉랭한 줄 알았더니,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고 상당히 개구지고 인생을 재미나게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엄청난 낯가림쟁이로 인해 다음날에도 역시 멀리서 그 혼자만의 시간을 응원해 줬다. 미소 한번 이면 서로 충분하다. 서로의 거리 좁힘에 어색함과 불편함이 있으므로.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이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나는 상당히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스타일이다. 게다가 도전 과제들 앞에서 망설임 없이 추진하는 과감함을 보게 된다면 꽤 놀랄 수도 있다.  


나의 가림과 소극성은 사람한정인 것 같다.

어떤 상황을 극복하는 마음과 인내심 역시 낯가림이라는 영역과 매칭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자랑한다. (물론 집에 와서 좌절하고, 혼자 조용히 일기 쓰며 슬퍼하는 것은 별개.)

새로운 미션들은 싫기는 하지만, 정복해 내겠다는 결심이 앞선다. 피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래 일단 어떻게든 해보자는 투지가 생긴다.


겉으로 수줍게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정복하겠다는 야망이 활활 타오른다.

어쩌면 당신 곁의 내향인이 그런 사람일지도?



느리게 친해지는데 친해져도 친하다는 느낌이 안들 수 있음.

미안해요.

나는 사람을 빠르게 당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에게 해로운 사람은 정말 빠르게 손절한다. 아직 나와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희망이 많다는 뜻. 나는 사람과 아주 천천히 친해지는 사람이다.


낯가림이 아주아주 심하고 생각이 많기 때문에 가까워지게 되면 괴로울 일이 많다. 그래서 심지어 가족들과도 나만의 선이 있다.

가족 만남은 1년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전화 통화도 별일 없으면 1년에 한 번이면 좋겠다.

내가 자식을 안 낳아봐서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식처럼 키우는 고양이들은 당연히 나에게 전화를 하거나 먼저 와서 친한 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고양이들의 거리 두는 삶이 오히려 나와 결이 맞다는 것을 받아들였다.(하필 한 마리가 개냥이라 오히려 내가 기가 빨리고 있다. 나는 시크한 냥이랑 잘 맞는데.)

부모의 마음은 모르고 고양이만 이해하는 매정한 딸.


이거슨 사주 때문인가?? 덕분인가?

사주 일주(정체성)는 목일간으로 조용해 보이지만 꽤 바쁘고 활기찬 일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전체 오행은 화와 수가 많지만, 일주가 을목 인간으로 전형적인 목일간 사람으로서 조용하고 내향적인데 상당히 바쁜 일생을 보내고 있다.

평생 역마살의 분주함을 타고난 을사 일주 덕에, 오늘도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이 글을 쓰고 있다.(무려 2개월 전에 쓴 글을 지금 마무리하는 중)

누가 디자이너를 정적인 사무직이라고 했냐고.

디자이너는 아주 역마살이 단단히 끼어있는 현장직이다.

우아하게 매킨토시 모니터만 보는 건, 드라마 주인공 한정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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