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라도 있어줘서 얼마나 다행이야>
24.9/24(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창밖 공기가 덥고 습해서 에어컨을 켤까 고민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 귀찮아 더위를 참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찬기운이 창밖에서 들어왔다.
며칠도 아니고 단 몇 분 사이 기온이 달라지다니 요즘 날씨의 변화는 극단적이다.
오늘 아침에는 제법 시원했다.
여전히 반팔을 입고 출근을 했지만, 다들 긴팔을 차려입고 있어서 나만 혼자 다른 계절에서 온 사람 같다.
주말에 내린 비로 하늘은 달력 그림처럼 비현실적이다.
출근 시간인데도 달이 하얗게 떠있다. 맑은 아침 하늘에 하얀 달이라 아이러니해서 계속 보게 된다.
가을이 몹시 짧아졌으므로 이 시기를 강렬하게 기억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도 가을은 건너뛰고 겨울이 되었나 착각하며 짧은 가을을 까맣게 잊어버린채 기억을 편집할 테니까.
올해는 정확하게 가을을 기억하기 위해 날씨에 대한 인식을 거듭하고 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바람에 가을이 짧아진 느낌이 있지만,
그렇다고 계절이 사라지진 않았다.
이상 기온으로 계절이 길이가 바뀌고 있지만, 그 계절을 건너뛴 적은 없다.
마치 나의 요간 수련처럼.
매일 요가수련을 결심한 지 4년이 넘었다.
일상과 회사일에 치여 요가를 못하게 될 날도, 짧은 수련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1시간 수련이 때로는 20분이 되기도 하고 5분이 되기도 한다. 피치 못한 사정에 맞춰 수련의 길이를 조정해 왔지만 건너뛴 적은 없다.
그럴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짧게라도 해보니 좋아요~)
힘든 날은 5분의 시간을 내는 것조차 게을러지고 싶다.
비장하게 꼭 1시간을 채워야 요가인가?
오늘은 이런 심플한 수련도 괜찮다.
이렇게 짧은 수련이라도 하고 나면 나에 대한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
매일 하는 수련이니 엄청난 만족감을 얻는 것에는 둔감해졌지만, 수련을 하지 않았을 때 숙제를 마무리하지 않은 불편함을 피하고 싶었다.
이 짧은 수련은 하루의 업무와 일상을 밸런스 있게 연결하고 정리해 주는 느낌을 준다.
계절은 가을을 건너뛴 적이 없고,
나의 하루는 수련을 건너뛰지 않는다.
짧은 순간이라도 함께 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