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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Sep 30. 2024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의 마인드

<악착같이 빈틈없이 준비해도 내 맘대로 안되니 정신승리나 해보자>

24.9/30

세상살이가 한결 편해지는 받아들임.

이렇게 되면 이래도 좋고~ 저렇게 되면 저래서 좋고~

우리가 하는 여러 가지 선택은 원하는 대로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툭툭털고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과 스트레스로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후자의 인간이었다.

내 생각대로 안 흘러가는 세상을 참 원망을 많이 했다.

요즘 사소한 일상에서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다 좋을 거라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미리 상상해 두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 승리랄까?

나는 너무 객관화가 잘되는 인간이라 자기 합리화가 어렵다.

늘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느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허무하게 바라보며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때그때 어떻게 흘러갈지 세상 변수를 모두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늘 괴로웠다. 나의 최선이 늘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은 상황에서....

염세적인 인간이 되어가며 세상과 사람들을 비판했다.

'하~ 아무것도 내 맘대로 안되네?'

내가 게으르게 살며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방치했나?

아니다. 늘 모든 순간 후회 없이 미리미리 준비하며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망했으면 덜 억울하기라고 했을 거다.

결과 값을 미리 그려놓고 ‘이렇게 안되면 안 돼.’라는 걱정을 앞세워 매사를 대비하며 살았다. 어떤 변수도 허용하지 못하는 빈틈없고 악착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별것 아닌 일도, 큰 일도 모두 나에게는 똑같은 괴로움이었다.

어디 세상 살이 내 마음대로만 흘러가겠는가? 안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안 되는 것들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사는 게 절망만 가득하다.

요즘 날씨가 참으로 기이하다.

새벽부터 아침은 쌀쌀하다가 낮이 되면 여름 날씨다. 일교차 때문에 옷을 입기가 참 애매하다.

일교차를 짜증내기보다 이런 마음을 먹어봤다.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지는 바람에 좋아하는 여름 옷을 몇 주 더 입을 수 있어서 좋네? 더위가 아직 안 끝나서 좋고~

저녁에는 퇴근 길이 시원해서 좋고~

지난주 골프 라운딩을 다녀왔다. 티샷이 망해서 공이 3미터도 안 날아갔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나 오히려 망할 거면 이렇게 제대로 망하는 게 좋고~얼른 눈앞의 공을 주워서 다시 한번 스윙을 해서 성공적인 드라이버 샷을 완성했다.

예전이면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의기소침해져서 다음샷부터 멘털 나간 채 한 홀 내내 집중하지 못했겠지만. 어이없는 티샷을 치는 영상을 확보하여 SNS에 자폭 릴스도 올릴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회를 나간 것도 아니고 그날 하루 즐겼으면 그만이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좋아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는 내가 평생 못 가져본 마인드다.

나는 호불호가 강해서 이건 좋고 저건 싫고를 딱딱 구분했다. 내 손에 들어온 일들은 무조건 순리와 계획대로 처리되어야 좋고 그렇지 않으면 무척 좌절스럽고 불행하다 느끼며 살아왔다.

이런 호불호 강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내내 내가 행복했을까? 늘 쫓기고 불안했다. 생활이 평화로운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일상을 통제하여 생각대로 일들을 흘러가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100%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때 절망을 느꼈다. 모든 것을 통제하기 위해 생활에서 포기할 것, 금기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한마디로 그냥 피곤한 인생이었다.

요즘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라는 생각이 일상에서는 더욱 도움이 되고 있는 마음이다. 여유라고는 전혀 없는 내가 모든 일상조차 통제하려고 들었을 때 그 압박감...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빈틈없이 생활이 흘러가는 것을 볼 때는 만족과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순간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잘 될 때 웃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안 풀리는 순간도 마음을 잘 다스려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되면 이래서 좋고~ 저렇게 되면 저래서 좋고~

사는 게 내 생각대로 안 흘러가겠지만 나는 어떤 결과도 다 좋아할 준비가 됐다.

이게 망하면 망해서 좋고, 이게 잘되면 잘돼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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