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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May 04. 2024

이 카페에 갈 거야 봄이 지나기 전에

지나쳐 보내기 아쉬운 것들

어느덧 봄이 거진 지나가고 있다. 벚꽃 잎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고, 사람들은 겉옷을 벗고 다니기 시작했다. 봄기운을 충분히 만끽해지 못했는데 벌써 가버리다니. 매년 느끼지만 봄은 정말이지 짧다.

스쳐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고 있으면 떠오르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길을 걷다 있는지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갈 듯한 곳에 위치해 있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나서였다.

"야, 커피 한 잔 하자."

"그래, 밖에 들고나가서 먹을래?"

유독 봄볕이 좋은 날이었다. 친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내 말을 듣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근처에 아메리카노 맛있는데 알아."

함께 걸으며 친구가 말했다. '이 근처에 카페가 있었나?' 조금 의아했지만 일단 친구를 따라가기로 했다.


"여기야."

친구가 나를 붙잡았다. 어라?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위치에 카페가 있었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쳐버릴 뻔했다. 안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커피가 그 정도로 맛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친구가 물었다.

"당진천으로 갈 거지?"

카페 옆에 바로 당진천이 있었다. 마침 당진천 벚꽃길이 한창일 때였다. 나는 그 길이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하단건 알고 있었으나 당진살이 4년 동안 단 한 번도 그곳에서 벚꽃 구경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어차피 그곳 말고 딱히 걸을 만한 곳도 없었다. 

친구와 나는 카페 옆에 있는 당진천 다리를 건넜다. 그 순간, 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곳. 그곳엔 봄이 있었다.


바람을 타고 봄이 흩날렸다. 봄은 그렇게 날아올라 군데군데 핀 이웃사촌 개나리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물줄기에 올라타기도 했다.

팔짱 끼고 재잘거리는 어느 커플, 점심 식사 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느긋하게 자전거를 밀고 걸어가는 아주머니들. 사람들 얼굴에도 봄이 내려앉았다.

화사한 봄날이었다.


4년 동안 이 길을 수차례 지나쳤는데 이 모습을 이제야 보다니. 그냥 가버린 지난 봄날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왜 여태 이 풍경을 보지 못했을까.

바삐 살다 보면 봄은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나를 스쳐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살면서 봄처럼 그냥 지나 보내서 아쉬운 것들이 무척이나 많을 테다. 우린 그런 것들을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봐야 할 거다. 그냥 지나갈 뻔한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들고, 그냥 보낼 뻔한 봄날을 느껴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년, 또다시 봄이 돌아오면 나는 문 앞에 봄이 흩날리고 있을 이 카페에 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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