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레오네의 수필집 #013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저가 많고 유행하는 SNS는 의심 없이 인스타그램일 것이다.
사진과 비디오가 있어야 올릴 수 있는 특징 탓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SNS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양산형 보정떡칠 사진이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
보기에 그럴싸하게 예뻐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사진에서 작가의 의도 따위 하나도 느끼기 어렵다.
누구나 한강공원에서 저무는 노을을 찍는다면, 거기에 스마트폰의 보정어플에서 사진을 조금만 편집한다면 아름다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그런 사진을 올리는 것이 절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본인을 사진 찍는 사람이라 소개하고 사진계정을 만들어서 팔로우를 올리려는 사람이 그런 양산형 사진을 올리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의 목적은 팔로우고 관심일 뿐, 사진은 수단에 불과한 것이 이유이다.
사진은 현실세계를 사각형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러한 사진이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의도'가 담아야 하고 비로소 그 사진은 특별해진다.
어떤 '의도'란 다양한 종류가 있을 수 있는데,
사진으로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거나
피사체를 보다 초라하게 보이게 만들거나, 혹은 대단하게 보이게 하거나
풍경을 보다 화려하게 강조하거나, 혹은 삭막하게 표현하는 등
어찌 됐건 현실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여러 의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퓰리쳐상 수상작품을 보다 보면 그야말로 사진이 담아내려는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받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밤에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촬영하는 것만 해도
장노출을 통해 자동차가 지나간 길을 담는다면, 현대사회의 바쁨을 표현하고 싶을 수도,
셔터스피드를 조금 높여서 자동차라는 피사체의 역동적인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다
또는 정지된 순간만을 촬영해서 퇴근길 도로의 복잡성을 담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일지라도, 촬영 기법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더 이상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덕분에 사진 촬영의 접근성이 높아진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음에 항상 감사한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 손에는 카메라가 있는 셈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찍는 사진들을 보면 단순히 '기록용' 혹은 '인증용' 사진이라 느껴진다.
단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
순수한 카메라의 목적 그 자체를 잘 활용한 것에 그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할지라도,
의도를 담아내려 하면 보다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에 의도가 들어가거나, 보다 느낌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여러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라고 생각한다.
좋은 구도는 몇 가지 잘 알려진 공식이 있는데,
이를테면
인물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여백을 두거나
가로 세로 3 분할을 하고 피사체를 1/3 지점에 두거나
도시와 노을을 담고 싶을 때,
노을이 메인이면 노을을 2/3만큼 담고, 혹은 도시가 메인이라면 아래 도시를 2/3만큼 담는다거나
등등 기본 공식에만 충실해도 보다 나은 사진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디테일한 구도는 결국 많은 사진을 보고 찍어보는 경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배운다고 배워지지 않는 것이며, 공식으로 정의할 수도 없는 '노하우'나 '감각'이다.
이런 디테일한 구도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흑백사진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흑백사진에는 일단 색상이 없기에 오로지 구도로 그 느낌을 낼 수밖에 없다.
무지개가 담기지 않고, 화려한 벚꽃길의 분홍빛도 담을 수 없다.
붉은 노을사진은 대충 찍어도 누구나 성공하는 풍경이지만, 흑백사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흑백일 때부터 색상이란 요소가 제거되면서, 내가 사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된다.
피사체와 배경의 노출 차이나 구도를 통해서만 표현이 가능하고, 결국 구도에 신경을 쓰면서 촬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필름사진이면 더 좋은 것이, 필름은 한 컷 한 컷이 매우 소중하다.
특히 요즘 필름이 비싸서 그 한 컷이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러 장 찍어서 얻어걸리는 게 아니라, 내가 현실세계를 잘 관찰해서 소중한 한 컷을 담아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구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막 찍어서 골라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풍경을 담기 위해 최적의 한 컷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흑백필름을, 사진에 의도를 담아내고 싶다면, 한 번 즘 추천한다.
실제로 대학 동아리라는 곳에서 흑백 필름을 사용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고, 동아리에 가보니까 흑백 필름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왜 아직도 구시대적인 흑백필름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전통이란 이름 아래 모두가 흑백필름을 사용했고,
덕분에 아이러니하게 '이 시대'에 필름사진도 찍어보고 인화도 해보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본다면,
의도치 않게 강제당한 흑백필름의 촬영 경험 하나하나 모여 큰 자산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지금 흑백필름이 좋다고 아무리 말한다고 한들, 누가 흑백필름을 찍겠는가.
흑백으로도 필름으로도 찍지 않을 텐데, 과연 흑백필름을 찍어보려는 사람이 있을까?
나였어도 그러지 않을 것 같기에, 당시에 원치 않게 경험한 흑백필름이 더욱 소중한 경험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