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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Aug 17. 2021

임상시험에 인권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의료계가 환자들의 생명을 다루므로 윤리개념이 전제되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 믿음 아래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건강권이나 알 권리 등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예가 다수였다.


특히나 개발도상국과 같이 공중보건이 미비한 경우에는 선진국에서 제안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쉽게 동원된다. 소니야 샤의 <인체 사냥>에는 그 사례가 등장한다. 남아공의 한 HIV 양성 반응 여성은 길을 가고 있는데 임상 시험 모집원이 접근해서 실험에 등록하게 되었다며 “허락도 구하지 않고 우리한테 피를 두 병씩 뽑아갔어요”라고 불평했다. 1998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실시된 철분보충제 시험에서도 80퍼센트의 참가 여성들이 “임상 실험에서 도중하차해도 괜찮다는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보통의 경우, 연구자들의 윤리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벌어진 부끄러운 인체실험의 역사를 고발하는 <나쁜 과학자들>의 저자 비키 오랜스키 위튼 스타인은 말한다. 임상시험이 연방법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1981년에는 대학과 의료 기관의 연구자들이 주로 의학 연구를 했다. 이때는 배우고 가르치고 공익을 추구하기 위한 학문적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기업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임상시험은 막대한 경제적 보상과 연관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실험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참여자의 병을 오히려 키우거나 방치하였고 정부도 묵인하고 자본 유입을 환영했다. 정부나 학계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실험도 마찬가지였다. 더 값싸고 효과 좋은 치료약이 있는데도 연구자들은 실험결과를 내기 위해 치료를 행하지 않거나 보류했다. 이와 같은 임상시험 진행과정은 비난의 대상이며 처벌받아야만 한다.


1974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실린 한 논문은, “위약 대조 시험이 실제로는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데도 자신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환자들로 하여금 믿게 하므로 매우 기만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간이 인체를 제공하는 도구로만 여겨져서는 안 되며 제약회사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상황은 용납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엉터리 임상시험의 실체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학계의 묵인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임상시험을 빙자한 인체실험이 시도될 수는 없다. 인도 제약 산업 분석가 찬드라 굴라티(Chandra Gulhati) 박사에 따르면, “제약회사가 불법 행위를 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된다 해도, 규제관들이 눈을 감아주기 때문에 가벼운 경고로 넘어가기 일쑤”라고 한다.


우리는 임상 시험으로 밝혀진 일명 ‘신약’의 효능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 약들은 기존의 약과 효능이 그리 다르지 않거나, 약 성분 조합을 약간 바꾸었을 뿐인데도 약값만 비싸진 것이 대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판되는 수천 개의 약품 가운데 겨우 300여 개만이 공중 보건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전 세계 제약회사들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약(10억 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발생시키는 약)’ 개발에 몰두한다. 제약회사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증상을 병으로 명명하는 것을 과업으로 삼으며 광고에는 약의 부작용을 가리기 위한 제약회사의 노력이 넘쳐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 제약업계의 말을 믿고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주장은 무리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려고 혹은 몸이 나빠지지 않으려는 목적 하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통념과는 반대로 약을 먹지 않아야 건강을 회복한다는 증거와 약의 심각한 부작용을 폭로하고 있다.



글쓴이. 어쩌다청개구리님

묵묵히 정해진 자리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속에 불꽃을 품고 있는 사람. 


* 이 글은 글맛공방의 '서평쓰기'를 수강한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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