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망 Jul 14. 2023

집 떠난 지 일주일

집에 가고 싶다


지난 토요일 뉴질랜드 집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출장을 왔다. 공항에서부터 일이 꼬였다.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는 일정이어서 첫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면 전 일정 티켓을 받고 짐도 마지막 도착지까지 연결되어야 했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삐걱, 다음 경유지에서 짐을 찾아 다시 붙여야 했다.


안 그래도 이번에 내가 비행기 티켓을 담당해서 일이 꼬이면 꼬일수록 마음이 불편한데 나와 같이 움직이던 동료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아하던지 정말 그 자리에 있는 게 가시방석, 그 자체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쿠알라룸푸르에 잘 안착. 시내 중심의 번쩍번쩍한 호텔에 묵고 있다. 며칠 전에는 말레이시아의 술탄이 같은 호텔에 머문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매니저 어깨가 하늘을 찔렀다.


하루하루 꾹꾹 눌러 담은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내일이면 태국 방콕으로 떠난다. 거기서 또 일주일. 그러고 나서야 집에 갈 수 있다.




이번 출장에서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니,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새삼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어울려야 하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 그동안은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억지로 나를 밀어붙이곤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이번 출장을 계기로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냥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런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들과 아침부터 밤까지 붙어다니다 보니 기가 빨린다는 느낌이 무언지 확실히 알았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피로에 피로가 쌓여간다. 나는 원래 작은 원 안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나누는 사람인데 큰 원 안에 내던져져 이 사람, 저 사람과 수박 겉핥듯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려니 정말 죽.겠.다.




지난 일주일간 이런 깨달음과 함께 사람들과의 관계와 믿음에 관한 또 다른 생각도 얻게 되었다.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믿음을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 말레이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맛있는 음식을 사이에 두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서로 앞다투어 말하고 별 것 아닌 농담에도 큰 소리로 웃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다 보니 다른 점들이 보였다. 좋은 감정이 생기고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이어지려면 내가 먼저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들이 나에게 궁금증을 가지고, 내가 하는 일과 그들이 하는 일이 연관되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위치일 때, 관계라는 것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생기고 깊어진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떠벌리기보다 나의 가치를 높여 그 가치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런 사람들이 내 눈에 더 많이 들어왔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너무 힘들어서 나는 역시 혼자서 가만히 하는 일이 맞다, 는 확신을 준 출장이지만 그래도 얻은 게 있으니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남은 일주일. 좀만 더 버티자!


작가의 이전글 잘난 우리 오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