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불편 저래도 불편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새 2주가 흘렀다. 고로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날은 3주가 남았다. 2주가 지나가니 한국 집에 온 날의 기억은 이미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뉴질랜드 시간으로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강아지, 고양이들 밥을 챙기고 세수하고 마지막 짐 점검 후 집을 떠난 시간이 새벽 다섯 시. 오전 일곱 시에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탔고 한국 오는 비행기는 지연되어 열한 시 반도 넘어 출발했다. 그리고 열한 시간, 마침내 인천공한에 도착한 시간은 일곱 시 반 경. 짐을 찾고 남편이 신청해 놓은 관광객용 티머니 카드를 찾고, 공항버스를 탔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집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열한 시, 뉴질랜드 시간으로 새벽 세 시이니 뉴질랜드에서 눈을 뜬 지 스물세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엄마, 아빠는 취침 시간을 훨씬 넘기면서까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와중에 엄마는 저녁 아닌 저녁밥을 걱정했다. 너무 피곤해서 뭘 먹어도 먹는 게 아니었을 것인데도.
만남의 기쁨도 잠시, 집을 떠나면 항상 그렇듯 뉴질랜드에 남겨놓은 강아지, 고양이들이 걱정되고 보고 싶어졌다. 남편을 집에 두고 한국에 올 때면 마음이 애틋했는데 같이 오니 짐을 하나 더한 기분이다. 집에서는 발딱 발딱 일어나서 이것저것 잘하던 사람이 한국에 오니 상전도 이런 상전이 따로 없다. 자기 집이 아니라 그런가 식탁 의자에 앉아 일어나질 않는다. 아침에 시리얼도 챙겨줘야 하고 우유도, 커피도 챙겨줘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설거지한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밀어내는 엄마를 두고 쉽게 포기한다면서 한마디 한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와 아빠, 한국어를 못하는 남편 사이에서 대화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내 몫이다. 그리고 혹시 무슨 말했나 궁금해할까 봐 짧게라도 내용을 이야기해주어야 한다(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 게다가 오디오가 자꾸 겹친다. 그래서 말이 섞이면 한 사람 말을 먼저 듣고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이었냐고 물어야 한다.
서로 신경 쓰느라 바쁜 상황인데 나도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무급휴가까지 내고 온 건데 이건 휴가도 뭐도 아닌 것 같다. 돌덩어리라도 삼킨 듯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엄마, 아빠와 짧은 국내, 해외여행을 준비했는데 아빠가 감기에 걸려 크게 병이 나버렸다. 그런데 아빠 상태를 보니 더는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을 것 같아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중.
솔직히 나뿐 아니라 엄마도 아빠도 남편도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일 게 뻔하다. 엄마는 그래도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할 거고, 아빠도 마찬가지겠지만 별생각 없을 거고(알츠하이머 환자의 생각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남편도 최대한 잘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불편한 마음은 내 문제가 아닐까. 나는 원체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바꿔보려는 노력도 많이 해보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하면 되돌이표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 시간을 걱정하며 불편해하면 뭐 하겠는가. 시간만 아깝지. 나중에 돌아보면 아쉬울 이 시간,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내려놓고 힘을 좀 내봐야겠다.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