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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17. 2024

낯선 이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아침 산책 루틴 재가동


뉴질랜드로 돌아오자마자 아침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돌아온 시기가 새해 초이기도 해서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주말은 빼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일, 여섯 시가 채 되기 전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선다. 뉴질랜드는 지금 여름이고 날이 아주 길어, 요즘엔 새벽 다섯 시 반쯤이면 환해지고 밤에도 아홉 시까지 환하다. 예전에 노르웨이에 갔을 때 밤 열 시까지 환해서 깜짝 놀랐었는데, 여긴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극에 가까워서 여름과 겨울의 낮의 길이가 극과 극이다.


매일 아침 걷다 보면 처음 보는 (그리고 다시는 안 보이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꾸준히 마주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 자주 마주치던 세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날씬한 중국 아줌마, 또 한 명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마오리 아줌마, 마지막 한 명은 머리를 박박 깎고 스님 같은 복장으로 조깅을 하는 삼십 대쯤 됐을법한 동양 여자다.


뉴질랜드에 돌아와서 다시  산책을 시작한 지 2주가 되었지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줌마 말고는 마주치지 않았다. 처음엔 휴가를 가서 아직 안 왔나 했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니 무슨 일인가 궁금해진다.


나는 그들을 모르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는 같은 길을 따라 앞지르거나 뒤쳐지기도 하고 반대편으로 걷기도 한다. 항상 같은 게 있다면 아침 인사다. 우리는 활짝 웃으며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다. 때로는 날씨가 좋다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기도 한다.


처음엔 낯선 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에게서 일부러 눈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인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민망해서 그냥 지나가려다가도 상대방이 인사를 건네면 나도 모르게 눈을 맞추며 웃게 된다.


이제는 나도 때때로 낯선 이에게 먼저 말을 건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환경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쨌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얻는다.


내일도 밝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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