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초원 위에 그린 둥근 별, 게르(Ger)
몽골의 전통 이동식 주택을 게르(Ger),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전통 가옥을 유르트(Yurt)라고 부른다. 나는 게르에 대해 다소 낭만적인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드넓은 초원과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아리야발 사원을 다녀와 승마를 마친 후, 게르 안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게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둥근 외형은 하늘을, 바닥은 어머니의 땅을 상징한다고 했다. 입구는 남향 또는 남동향으로 낸다. 해가 뜨면 천장의 창문인 토오노(тооно)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동쪽 벽, 여성공간 '준'에 그림자를 만들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그림자는 해를 따라 움직여 정오에는 제일 짧은 그림자가 된다. 그림자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바룬'이라는 남성 공간으로 길게 드리워진다. 토오노를 통해 햇빛 그림자로 시간을 가늠하는 몽골인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문지방을 넘은 게르 내부는 신성한 공간으로 청결하게 관리된다. 가장 안쪽 '호이모르'는 북향으로 어른과 손님을 위한 상석이다. 중앙 난로의 연통이 하늘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가족의 화목을 상징한다. 게르는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가족의 질서와 남녀의 역할이 담긴 삶의 공간이다. 그 안에 몽골인의 우주관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가 서려 있다.
몽골 전통공연을 보고 게르로 가기 위하여 밖을 나서자, 무등산 입석대를 닮은 암벽산 뒤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드리워졌다. 몽골에서의 3일째 밤, 아쉽게도 게르 체험은 단 하룻밤에 불과했다. 다음 날 '주몽골 한국대사관 방문'과 '몽골리안 포럼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초원의 낭만을 온전히 누릴 여유는 없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전통 게르와는 거리가 멀었다. 외형은 게르였지만 내부는 호텔과 다름없는 현대식 게르였다. 입구에 프라이빗 테라스가 있었고, 에어컨, 화장실, 샤워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고급스러운 침구에서는 몽골의 기후와 자연이 만들어낸 보송보송한 초원의 향기가 느껴졌다. 전등의 조도가 낮은 일반 호텔과 달리 밝은 자연 채광이 좋았고, 그 덕분에 게르 내부는 더욱 깨끗해 보였다.
밤에는 잠시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촘촘한 별들을 감상했다. 피곤한 몸으로 몽골에서의 추억을 기록하느라, 내일 행사준비를 하느라 늦게 잠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은 개운했다. 상쾌한 초원의 공기에 일찍 눈이 떠져서 테라스로 나갔다. 그곳에서 체조를 하고 있는데, GSC강남포럼 강O호 회장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회장님과 김O각 회장님은 일찍부터 게르 뒤쪽 바위산에 올랐었다. 나도 합류하여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게르에서의 아침을 만끽했다. 몽골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며 나의 짧은 게르 체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