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품고 비로소 몽골의 어머니가 된 투울강

by 박성기


초원을 품고 비로소 몽골의 어머니가 된 투울강


파리, 런던, 카이로, 상해, 워싱턴 DC, 서울 등 세계 대도시들은 강을 끼고 발전해 왔다. 강은 도시의 식수원, 교통로, 교역의 중심지, 천혜의 방어선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기반이 되었다. 세느강, 템즈강, 나일강, 황푸강, 포토맥강, 한강 역시 도시를 관통하며,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경제에 영향을 준다.




몽골 인구 350만명의 절반가량이 모여 사는 대도시 울란바토르에 강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 현지 가이드는 "울란바토르에도 '어머니의 강'이라 불리는 투울강(하탄 투울)이 있지만, 한강처럼 눈에 띄지는 않는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오가며 아무리 찾아봐도 강을 발견하지 못했다.




며칠 후,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공장지대 옆 작은 다리 너머로 흐르는 물길을 발견했다. '이것이 혹시 강일까?' 싶었지만, 수량은 적고 오염되어 '어머니의 강'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연강수량 230mm 남짓한 몽골의 기후 탓에 하상이 드러나 보일 듯 했다. 그래도 그때는 누가 '그게 강이다'라고 해도 한강에 익숙한 필자의 눈에는 작은 개천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민둥산 고개를 넘어 테를지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전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과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국립공원이라더니 역시 다르네’라며 오른쪽 차창 너머를 보니, 제법 크고 아름다운 강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투울강의 중상류란다.




산허리를 따라 내려가며 오른쪽 차창 너머로 본 강물의 줄기는 마치 양수리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산악지대라 삼각주는 형성되지 않았지만, 강물은 초원 위를 굽이쳐 흐르며 독특한 모양의 여러 하중도를 만들었다. 헨티 산맥에서 발원한 투울강이 계곡사이를 흐르다가 평원인 이곳에서 테를지강과 합류하여 제법 강다운 강이 되었다. 투울강은 이곳에서 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국립공원의 모습을 만들어낸 후 울란바토르로 흘러간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투울강의 상류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왜 이 강이 '어머니의 강'으로 신성시되는지 비로소 납득이 갔다. 투울강은 작은 물줄기를 들판으로 보내 푸른 초원을 만들고, 나무 뿌리에 스며들어 울창한 숲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한때는 한강과 송파강에 에워쌓였던 잠실섬처럼, 투울강과 테를지강이 만든 하중도가 아름답다. 그 초원 위에서 풀을 뜯는 양 떼의 모습이 평화롭다. 강가에 모여든 관광객들의 모습은 여유롭다.



카메라를 꺼낼 새가 없어 그냥 눈에 담는다. 몽골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무릉’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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