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승마의 추억

by 박성기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승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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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드디어 승마를 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몽골의 모습과는 또 다른 자연이 이곳에 있었다. 드넓은 초원, 기암괴석의 바위산,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진 침엽수 숲, 몽골에서는 보기 드문 (투울)강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우리 일행은 승마 경험이 많지 않아 안전을 위해 짧은 초급코스를 택했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라 처음엔 긴장했지만, 잘 훈련된 마부가 고삐를 잡고 천천히 초원을 걸으며 말과 교감하게 해주었다. 말의 발굽 움직임과 리듬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마부는 이따금 속도를 내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 위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더 이상 멀리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구릉지는 마치 물결치는 바다처럼 부드럽게 능선을 그렸다, 나는 말 위에서 여유롭게 몽골의 대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느꼈다.




이곳에서는 거북바위같은 명물을 말을 타고 둘러보는 종일 체험도 가능하다고 한다. 중생대 화강암이 풍화 작용으로 빚어낸 기암괴석들을 말 위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며칠 동안 말을 타고 야영하는 이동형 투어도 있다고 한다. 친구가 보내준 설원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리는 사진이 그런 투어같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조랑말을 타 본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유목민의 삶을 체험해 보는 특별한 투어이겠다 싶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투어를 하며 마상에서 칭기즈 칸의 기분을 느끼고도 싶으나 나에게는 아직 먼 '그림의 떡'이다.




이번 승마 비용은 여행사에서 부담했고, 우리는 마부에게 팁을 챙겨주는 것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동행했던 오 변호사가 같은 조로 타자고 제안하며 팁까지 미리 준비해 준 덕분에 더욱 편안했다. 동양 문화권에서 팁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바야를라(Bayarlalaa,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팁을 건네자 마부는 환하게 웃었다.




우리도 삼국시대까지 말을 타고 활동했던 기마민족의 후예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수렵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몽골은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기마민족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인구 350만 명에 말이 400만 마리나 있을 정도로, 몽골 사람들에게 말은 삶의 일부이다. "몽골 남자아이들은 3~4살에 승마를 시작해 걷기 전에 말을 탄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유목민에게 말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사냥과 전쟁을 함께하는 중요한 동반자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뛰어난 마상 무예와 기동력이 서방 정복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승마에 앞서 매니저가 말 상태와 기수의 체격을 고려하여 나에게는 튼튼한 백마를, 오O상 변호사님에게는 잘생긴 말을 배정해 주었다. 일행 중에서는 기수로서 체형이 적합한 사진 속의 김O각 회장님 부자가 말과 가장 잘 어울려 보였다. 말들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며, 그들의 말들에게는 오늘이 운수 좋은 날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 초원에서 말과 함께 해방감을 느꼈던 이 순간은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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