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기 계발 (3)
어느 날 아침 과장님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셨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조심스레 고졸검정고시와 학점은행제 학사인 내 학벌에 대해 여쭤보시며 대학을 가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주셨다. 당신은 나와 함께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학벌을 많이 본다고. 진급이든 이직이든 나중에 꼭 필요할 거라고.
안 그래도 내 버킷리스트에는 '대학교 다니기'가 있었다. 언젠가는 꼭 대학에 다녀야지 했는데, 바로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았다. 간혹 주저했던 것에 대한 결심이 서는 순간이 문득 찾아온다. 이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는 '지표'라고 부른다. 그날 과장님과의 면담이 내게는 '지표' 같았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온 우주가 나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연금술사의 말이 들리는 듯했다. 과장님과 면담을 한 다음날 나는 편입학원에 등록해 1년간 공부를 했다.
대학생활은 모든 게 새로웠다. 수강 신청하나에도 설레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개강을 하고 19학번 과잠을 구입하고, 학식을 먹어보기 위해 반차를 쓰고 학교에 갔다. 시험기간에도 굳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요즘은 도서관 자리도 어플로 예약한다. 좋은 세상이다. 회사를 다니며 주 4일 통학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처음 즐겨보는 대학생활은 내게 활력소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밤이면 교정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괜스레 행복해지곤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후회된 것이 하나 있었다.
'진작 할걸'이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만약 2년만 더 일찍 편입했다면? 그럼 나는 서른에 대학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서른에 졸업을 했을 것이다. 고작 2년이라지만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배우고 느꼈던 부분이 매우 컸기 때문에 대학 입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이기도 하다. 만약 그 터닝포인트를 더 빨리 겪었더라면?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하고 시야가 넓어져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괴로웠다. 괜히 내 귀중한 2년을 날린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서른에라도 대학에 간 것이었다. 내가 입학한 다음 해 야간대학의 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했다. 1년만 더 고민했다면 영영 다니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고민했던 학비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당시 내 수입이 그리 크지 않았고, 학교가 국립대인 데다가 학비가 학점제로 되어있어 저렴했기 때문에 국가장학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분명 방법을 찾아봤다면 진작에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혹시' 하는 마음에 주저한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서른에서야 대학에 들어간 것은 다 이유가 있었을 거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일이 힘들어서 등.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하고 행동을 하게 된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실행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는 것이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히면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해봐서 안되면 또다시 하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번엔 이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혹은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는 두고두고 든다.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건 우선 질러본다.
나는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바로 한다. 이미 2년을 날린 게 너무 아까워서 더 이상 다른 일로는 내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는 지난 2년 동안 자격증을 몇 개 땄고, 팀을 옮기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과정에서 후회는 없었다. 더욱 열심히 해볼걸 이라는 후회는 했어도, 시작하지 말 걸이라는 후회는 없었다.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이 중요하다. 해보지 않고는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말지 뭐, 라는 마인드 장착은 필수다. 막상 잘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시도를 발판 삼아 다시 도전하면 된다. 시도라도 해본 사람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람은 그다음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 원하는 게 있다면 시작하자. 나중에 말고, 지금 당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