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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지안 Aug 05. 2020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실직, 그 후의 선택

내가 10여 년 전에 대학을 졸업할 때는 30대 후반에 돈도, 남편도, 심지어 직장도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매우 스마트하게 저축을 하고 안정된 사람을 만나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남들이 과하다고 할 정도로 노력했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심지어 갑자기 일어난다. 10년 전은 고사하고 1년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대유행이 내 직장이 폐업하는 원인의 시작이었다는 것도 그때는 알 수 없었으며, 그 안에서 나는 통제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실직을 경험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반대로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내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면 그것은 집착이 된다.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에 붙들고 있었는지 모른다. 집착은 더 큰 집착을 낳는다. 내 통제 범위 안에 있는, 즉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려버린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을 가지다 보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도 '어린 시절' 또는 '과거'로부터 생긴 억울함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집착을 불러오고 우리가 스스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갈 최악의 연료를 생산한다.


나는 실직을 포함한 나에게 일어났던 좌절과 실패에 '통제 불가'라는 라벨을 붙였다. 그러고 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전 직장보다 더 좋은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없을 수도 있지만, 계속 찾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 휴식과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내 10년 커리어의 경험과 나름 치열한 공부로 얻은 것들을 재료 삼아 글을 쓰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내가 깊이 존중하고 배울 점이 많은, 유능하고 배려심도 깊은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인데, 몇 년째 매우 폭력적인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폭력에서 벗어나기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제 법적인 이별을 준비하기로 한 그의 아픔에 마음 깊이 공감하고 그의 선택을 마음 깊이 응원했다.


<인생의 태도>의 저자이자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Wayne Dyer)의 아버지는 아이 셋과 아내를 버렸고, 알코올 중독이었으며, 심각한 폭력과 폭행을 저지른 범죄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보육원을 전전하며 자랐던 웨인 다이어는 끊임없이 공부했고 성장했다.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학생들을 가르쳤고, 책을 썼고, 심리 상담을 했으며, 강연을 하면서 가족을 존중하며 살았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가정환경'이라는 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며 본인의 인생을 설계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에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아무리 '선택'하고자 해도, 전에 일하던 직장보다 나은 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휴식과 치료를 해도 예전만큼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 내 글이 생각보다 별로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것들에 대한 집착 대신에, '선택할 수 있는'것들을 실행하기로 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나와 같은 좌절과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쪽을 선택하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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