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연 Feb 25. 2024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서의 시작

첫 커리어를 시작하며 고민하고 있는 신입 디자이너를 위한 글

신입인데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 가도 괜찮을까요?


이 질문은 디자이너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때 최소 1번은 들었던 질문인 것 같아요. 저도 취준을 할 때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몰랐고, 이름 모르는 스타트업 투성이인데 가도 괜찮은지 걱정이 되어 선뜻 지원하지 못했어요. 어쩌다 우연히 1인 디자이너로 작은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신입인데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 가도 괜찮을까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볼게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단 경험해 보길 추천!

어떤 형태의, 어떤 규모의 회사든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정답이 있기보다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맞고 안 맞고 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취업시장이 매우 안 좋고 특히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들에게는 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이라도 일단 경험해 보길 추천하는 편이기는 해요. 실무에서는 디자인 그 이상의 일들이 있는데 경험이 없다면 알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요즘 신입을 뽑는 기업 공고도 거의 없고 스타트업도 경력직 위주로 뽑다 보니 제가 취업을 할 때도 신입을 뽑는 회사는 주로 작은 신생 스타트업들 뿐이었어요. 취준을 할 때 스타트업이 맞을지, 에이전시가 맞을지, 기업이 맞을지 잘 찾아보고 나에게 맞는 회사를 목표로 준비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실무에 대한 이해가 없어 스타트업과 기업이 무엇이 다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많은 아티클들을 읽어도 물과 기름처럼 거의 흡수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직접 해봐야 이해가 잘 되는 편이기도 하고 취준 기간이 늘어나는 것보다 일단 뭐라도 실무를 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작은 신생 스타트업에 들어갔어요. 비록 주니어밖에 없는 회사였지만 실무를 하다 보니 이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스타트업과 에이전시, 기업은 어떤 게 다른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실무의 관점에서 이전 포트폴리오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것만 해도 저는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긴 직무에 대한 이해와 실무의 전반적인 감을 바탕으로 이직 준비를 잘하면 되니까요.




신입인데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 가도 될까요?

이 문장은 4가지로 분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신입인데 : 경험이 없다는 두려움

- 사수가 없는 : 사수가 없다는 불안감

- 스타트업에 :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 대한 낯섦

- 가도 될까요? : 커리어에 대한 걱정




신입인데


먼저 '신입인데'는 경험이 없어서 생기는 두려움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회사'라는 진짜 실무에서 내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고 입사하기로 했는데 막상 내일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신입인 것을 알고 뽑았기 때문에 큰 걸 바라지는 않아요. 막상 일해보면 '겨우 이런 걸 요청한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회사도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뽑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일을 요청받았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지열정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실제로 신입을 뽑을 때 회사에서 실력보다 열정과 성장에 대한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제가 첫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개발자가 '카드 UI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같은 질문들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모르는 질문이 오면 바로 대답할 수 없어서 처음에는 자주 당황했었어요. 모를 때는 모르는 걸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하기보다 '그런가요? 저도 몰랐어요. 제가 찾아보고 말씀드릴게요!' 같이 지금은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찾아보고 답변드리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수가 없는


사수는 보통 나보다 경력이 많고 일을 배울 수 있는 직장 상사를 말하는데요, 사수는 유니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수가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해요. 경력이 많으신 분들도 지금까지 사수가 있었던 회사가 거의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신입이나 주니어를 뽑는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회사에 디자이너가 1명인 경우가 많아 입사한다면 내가 그 1명인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수가 없을 확률이 매우 높아요. 물론 사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수가 있는' 경우를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많아서 사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좋은 아티클, 강의, 스터디, 영상 자료들도 많고 경력자분을 만나보고 싶다면 커피챗이나 오프라인 밋업 행사 등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어요.

 



스타트업에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 대한 낯섦은 스타트업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거나 토스 심플리시티 같은 자료들을 보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아직 회사를 2군데 밖에 다녀보지 않았지만 스타트업은 일반 기업들에 비해 업무 환경이 자유로운 편이고 어떤 투자 라운드에 있는지에 따라 업무 방식이 달라져요.


제가 취준을 할 때 신입을 뽑는 스타트업은 주로 시드~ 시리즈 A투자 단계에 있는 회사들이 많았는데요, 주로 회사에 디자이너가 1명이고 회사에 필요한 전반적인 디자인을 담당하게 돼요. 마케팅 이미지, 브랜딩, UXUI디자인, IR자료 등에 필요한 디자인 업무를 하게 되고 회사에 따라 유저리서치, 서비스 기획까지 참여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보통 제너럴리스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장점은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익힐 수 있고 내가 어떤 일을 더 잘하는지, 어떤 업무가 더 적성에 맞는지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내 욕심에 따라 업무의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기획을 잘하는 디자이너,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 등 노력에 따라 원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수동적인 사람보다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더 얻어갈 수 있는 게 많은 환경인 것 같아요.


단점은 아직 이 단계의 회사들은 BM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을 피벗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서비스 출시가 늦어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PMF를 찾기 위해 계속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는 경우 서비스 개선 경험을 쌓기 어려울 수 있어요. 제가 스타트업 디자이너분께 추천받았던 방법은 투자를 3억 이상 받았고 연혁이 3년 이상인 회사, 서비스가 출시된 회사, BM이 명확한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신입에게 BM이 명확한 회사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ㅎㅎ... 어쩌면 이 단계에서 BM이 명확한 회사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가도 될까


'가도 될까?'는 저에게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듣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해도 잘 성장해서 나중에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지,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어요. 사실 이 부분은 저도 아직 2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보다 성장한 내일, 올해보다 성장한 내년을 만든다면 나중에 좋은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링크드인에서 경력이 많고 우리가 알만한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의 이력을 보면 그분들도 처음에는 우리가 모르는 회사에 다녔던 경우가 많아요.


어디서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쌓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평생 직장이 아니라 우리는 이직을 하며 다양한 직장에 다니게 될 테니까요.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다 나만의 스토리가 되어줄 것이고 다 도움이 될 거예요.


세상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버티고 시도했느냐, 성공하기 전에 포기했느냐로 나뉜다고 해요. 누가 더 목표에 빨리 도달했냐 늦게 도달했냐의 차이일 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언젠간 원하는 목표를 이룰 거예요!







가고 싶은 회사가 첫 직장이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실제로 그 꿈을 이룬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꿈의 회사가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레벨을 파악하고 꿈의 회사까지 하나씩 능력과 경험을 쌓아가면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음 회사가 그 꿈의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예요! 인생은 길이 여러 갈래가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화이팅!!


최근에 링크드인에서 "첫 직장이 중요하다? 이젠, 두 번째 직장이 중요하다!" 글을 발견했는데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 이 글도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막상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아직 경험이 별로 없는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되어 글을 계속 수정하고 다른 주제를 작성해 보며 시간이 흘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내 경력이 나만의 일 같아도 분명 어딘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내 미니미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이제 막 2년을 채운 디자이너지만 어딘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주니어의 고민을 주니어가 바라보는 것과 시니어가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가치가 있을 테니까 제 이야기를 열심히 남겨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에서 느낀 1년차 디자이너의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