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설날 부부 하프마라톤을 한창 준비하던 때였다.
그날이 오기 전 달리기 10키로 연습하고 맥주한잔 딱 하려고 했는데
그날은 안오고 새친구가 왔다.
어쩐지 이번엔 좀 늦게 온다 싶었다~
양가 부모님들은 아주아주 기뻐하셨고 우리는 얼떨떨한 채로
티비에서나 보던 임신을 겪게 됐다.
지금 거의 20일 남은 상태에서 그간의 일을 복기해보면
1. 오이냉국 거덜내기 : 임신 초창기에 이제 슬슬 입덧하기 직전부터는 새콤하고 시원한 것들만 땡겨했다.
다른 음식들은 거의 보지도 않고 냉면, 동치미, 오이냉국을 아주 달고 살았다. 그중에서도 오이냉국은 거의 한끼에 세숫대야만큼 먹어서 장모님이 그때마다 대량으로 해주셨다.
2. 환도선다 : 환도선다는 보통 임신 중기에서 말기 즘 나타난다는데 와이프는 신기하게 일찍 왔다. 환도선다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재채기 한번 잘못하더니 처음 이틀은 진짜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서는데 5분씩 걸렸었다. 그때 진짜 속으로 '와 임신 이거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랬었다. 다행히 3일정도 걸리고 다 나아서 아주 다행스러웠다. 내생각에 이때가 신체적으로 제일 힘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3. 입덧(먹덧) : 입덧은 그~~렇게 심한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나마 맵고 시고 시원하면 좀 몸에서 받고 아니면 몸에서 안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안먹었을 때 울렁거림이 심해서 진짜 계속 계속 먹었다. 일반 사람이 100의 식사를 20, 40, 40이라고 한다면 그 때 와이프는 40, 40, 40, 40, 40이었다. 그래도 못먹는 분들에 비하면 이게 훨씬 나은 것 같다.
4. 니프티검사 : 진짜 처음 재검사 대상이라고 안내 받았을 때 그 마음은 잊을 수가 없다. 별의별 생각이 다들고 시간은 너무 안가고 심적으로 진짜 힘들었다. 니프티검사받는게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닌 데도 세상에 둘만 남은 비련의 주인공 같았고 진짜 모든 엄빠들에게도 좋은 일 있었으면 하고,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철학적인 생각하고 별의 별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정밀 검사 후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했을 때 그 안도와 기쁨의 기분...착하게 살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그 2주동안 시간이 너무 안가서 캔디크러쉬를 매일 100판씩은 한 것 같다.
5. 만삭 : 만삭이 되고 와이프가 요즘엔 뒤뚱뒤뚱 걷는다. 체력도 많이 약해지고 땀도 안나던 사람이 요즘엔 나처럼 땀나고 잠자는 것도 불편하다. 출산 후에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출산이 다가오니까 막연했던 두려움도 가끔 생기는 것 같다.
이 외에도 별의 별 일들이 많았는데 위에 적은 5가지는 나중에 애기가 자기 임신했다고 얘기해도 생생히 얘기해줄 것 같다.
이제 언제 애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까지 왔는데
그래도 가급적 예정일에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를 예정일로 맞춰놓고 있단 말이야~
그때까지 엄마 뱃속에서 건강히 있고 나와서 재밌게 놀자!
MISSION : 이름 확정짓기
베일에 쌓인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