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했다.
과연 지갑은?
있을까.
없을까.
없다.
나의 승리다.
나는 사실 회사에 가면서도 이미 이길 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난 분명히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잃어버림이라...)
내기에서 이겼으니, 와이프는 더 이상 나를 구박할 수 없다.
입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스크림까지 사줘야하다니
'미운놈 떡하나 더 준다'가 아닌 '잃어 버린 놈 아이스크림 사준다'가 됐다.
와이프도 이제 지갑이 확실히 없어진 것을 인정하는 건지
나의 승리를 인정하는 건지...
일단 카드 분실신고 하고 지갑 오래 됐으니 바꿀 때 됐다고 생각하자고 한다.
그러고 나니까 밤 10시 30분경이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스몹 대신 보물찾기 놀이로 저녁을 다 써버려서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고 있었다.
자기 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잃어버린 물건,
잃어버렸을 때 부모님한테 혼난 썰,
물건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는지
(나는 어쩔 수 없다... 주의 / 와이프는 무조건 찾아야해! 주의)
밤 11시가 넘어가고 이제 슬슬 얘기를 마치고 잠에 들려고 하던 찰나
와이프가 낮에 만난 경찰 친구분께 전화가 왔다.
난 핸드폰을 건네주면서 내 지갑 찾았다고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랑은 전혀 다른 지역에서 근무 중이시다.)
"어 진짜? 땡큐 한번 확인해볼게"
?!
와이프가 웃으면서 "찾았다는데?"
?!!!!
그러더니 '로스트112'라는 홈페이지를 알려주면서 우리집 앞 지구대에 있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까 다른 신분증을 가져가라고 한다.(여권이라도)
우리는 거의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에 헐레벌떡 집 앞 지구대로 갔다.
내 지갑의 몽타주를 말해드렸더니, 경찰분께서 간단한 확인서 작성하라고 하고
지갑을 주셨다. 오늘 하루 참 스펙타클하다.
나는 우스겟소리로 와이프한테
자기가 경찰 친구 만나고 내가 마중가느라 지갑 잃어버렸으니까
그 친구 탓인데 그 친구분이 찾아주셨다고 병주고 약주고라고...
(감사합니다...)
집에서 분실 신고했던 카드들을 주섬주섬 신고 해제를 하고서야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지갑을 주워서 지구대에 맡겨주신 익명의 누군가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린 항상 이런다. 결국엔 잘 된다.
긍정의 엔트로피랄까?
오늘 사건도 잘 해결했다. 乃乃乃乃
(추신) 분실물을 잃어버렸을 땐, 로스트112에서 찾아보세요. 아직 한국인의 정은 남아 있다!!!
<아내가 쓴 1편>
https://brunch.co.kr/@ssgssg/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