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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와샐리 Feb 06. 2024

나를 마중 나온 남편을 구박했다1

결혼 후에는 친구 만나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첫째로 청첩장 모임을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약속을 굳이 만들지 않았고,

둘째는 남편과 항상 함께 있으니 남편을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것도 왠지 미안(?)하다.

미혼일 때 이미 결혼한 친구들한테 연락하면 남편이랑 같이 있어서 급만남을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나도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약속을 잡지 않다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와의 즐거운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남편에게 "나 이제 출발한다"라고 연락한 뒤 저녁에는 함께 스타필드로 놀러 가기로 약속했다.

옷을 갈아입고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그날따라 역으로 마중 나오겠다고 했다.

사실 그날 따라는 아니고 꽤 많이 마중 나오긴 한다.

반나절 떨어져 있었지만,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만난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신나는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하기 직전 남편은 말했다.

"어? 지갑이 없어."

"지갑이 없을 리가! 잘 찾아봐!"

우리 남편은 항상 분신처럼 장지갑을 들고 다닌다.

지갑의 크기가 작지 않아서 쉽게 잃어버릴 물건은 아니다.

흘렸으면 분명 기척이 느껴졌을 텐데 그런 걸 느끼지는 못했다고 한다.

"흘렸으면 분명 모를 일이 없을 거 같은데. 회사에 두고 온 것 아니야? 차에 있는 것 아니야?"

하고 나는 말했다.

외투 주머니, 입었던 옷 주머니, 옷장 바닥 등 집에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봤는데 지갑은 보이질 않는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에 내가 무언가 먹고 싶다고 할 수도 있어서 지갑을 챙겨서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일단 우리의 저녁 계획은 취소다. 새로운 곳에서 재밌는 체험을 할 생각으로 한껏 들떠있었던 나는 다시 시무룩 해졌다. 하지만 시무룩한 상태로 계속 있기에는 지갑을 찾아봐야 했다.

남편이 지갑을 흘렸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마음 반, 그리고 그럴 리가 있나 하는 마음 반으로 우리가 갔던 길을 되짚어가 보자고 했다.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집에서 역까지 가는 길을 함께 다시 밟았다.

지갑이 떨어져 있다면 안보일리가 없는데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몰라 역사에 분실물이 없는지 여쭤본다.

"혹시... 지갑 분실물 없나요?"

"지갑은 없습니다."

이런 정말 잃어버린 건가? 아직 희망을 버릴 순 없다.

오늘 남편이 회사를 다녀왔으니 회사에 다시 가보기로 한다.

마음은 드라이브한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계속 잔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내가 마중 안 나와도 된다고 했잖아. 왜 굳이 나와 가지고 지갑을 잃어버려?

나이가 몇 갠데 지갑을 잃어버리냐~"

하지 않아도 될 잔소리들을 조수석에서 쏟아낸다.

스몹에 가지 못한 게 심통이 났나 보다.

잔소리를 듣다 못한 남편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 내기하자. 회사에 지갑이 있다 없다 내기."

"그래!!!!!! 난 분명히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땅에 흘렸을 일은 없어. 뭐 내기인데?"

라고 하며 나는 "있다"를 자신 있게 선택했다.

"소원 하나 들어주기. 나는 없다. 회사에 지갑 없으면 더 이상 나 구박하지 마. 그리고 아이스크림 사줘."

"알겠어!!!! 내 소원은 생각해 볼게."

두근두근.

회사에 도착했다.

과연 지갑은?

있을까.

없을까.





없다.

<남편이 쓴 2편>

https://brunch.co.kr/@ssgssg/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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