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 온 지 2주가 되었다.
휴직을 하게 되면 꼭 해보고 싶던 '해외 한 달 살기'를 휴직 3년 만에 실행에 옮겼다.
휴직과 동시에 덮친 코로나 여파에 집 밖을 나선다는 건 결심과 실행이 맞아떨어졌을 때나 가능했다.
코로나가 조금 고개를 숙인다는 뉴스를 접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복직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유도 있었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니 어쩌면 코로나가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도 실행에 옮겼겠다 싶다.
그간 몰입해야 했던 일이 있었고 그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여유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 성격 탓에 우리는 지금 이곳에 와 있다.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온 후 1주일쯤 지났을 때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생각을 실행에 빠르게 옮긴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들은 현지 학교에 다닌다.
국제학교인데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많이 듣게 된다는 말에 아차 싶었지만,
이 마저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한 달 가지고 영어가 얼마나 늘겠냐며 쿨한 척했지만 그럼에도 영어를 좀 쓰길, 늘길 바랬나 보다.
무슨 연유인지 영어를 조금 하는 큰 아이도, 영어를 전혀 모르는 작은 아이도 한국학교보다 이곳 학교가 더 좋단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난 후 적당히 아침을 먹고 엄마들의 '호사'가 시작된다.
연습장에서 공을 치고, 가끔 필드에 나가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엄마의 극성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한국에서 가져온 수학 문제집을 풀린다.
저녁을 먹고 야간 수영을 하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한국에서처럼 하루가 지나간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매일 들떠 있고 이곳이 좋단다.
정확히 설명도 못해주면서 말이다.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바다 건너 싱가포르 뷰를 보며 나 역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좋다'가 연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