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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Dec 04. 2020

12/3일의 영화들.

14h FIWOM_뮤직비디오, 리슨, 최강 레드!


뮤직비디오(Le Vidéoclip)

단편 / 3/5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클라라가 오빠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되면서 생긴 일들을 그렸다. 한 친구는 그에게 촬영을 위해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화장도 하라는 요구를 한다. 그냥 자신의 춤을 보여주고 싶었던 클라라는 아무 생각 없이 요청에 응하게 되고, 그를 본 오빠 친구들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오빠와 친구들은 랩을 하는 영상을 찍다가 클라라에게 뒤에서 춤을 추라고 하고, 점점 노골적으로 이상한 요구들을 하기 시작한다. 이를 지켜보던 오빠가 그를 데리고 나가버려서 상황은 종료되지만, 그 또한 방관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상황. 이 단편을 보는 동안 우리가 많이 접해왔던 힙합 뮤직비디오들이 떠올랐다. 항상 래퍼들 뒤에는 과한 노출을 한 여성 댄서들이 있는 장면들이 다반사였고, 미디어의 영향을 쉽게 받는 십 대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 또한 그들을 모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슨(Listen)

단편 / 4/5


제목대로, 제발 말 좀 들어줬으면 하는 단편. 가정폭력에 물들어 있는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사와 함께 삼자대면을 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말한다. 부르카를 쓴 여성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서 절대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통역사는 되리어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상황을 무마하려 애쓴다. 뒤이어 경찰은 피해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가 소란을 피운다고 오해한다. 게다가 아들에 의해 상황이 더욱 악화된 채 13분의 답답함이 지속된다. 부르카 안의 갇힌 피해자 여성처럼, 영화는 언어의 장벽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의 상황을 묵살하는, 가려진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짐을 챙겨 집으로 가는 그 모습을 끝으로, 폭력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는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최강 레드!(Roll Red Roll)

5/5


내용 자체도 흡입력 있게 잘 봤지만, 사건을 다루는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든 다큐멘터리. 영화는 2012년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오하이오주 스튜번빌 마을의 강간 사건을 추적한다. 그 당시에 해당 지역 미식축구 스타였던 선수들이 가해자임이 드러나고, 그들이 자주 사용하던 SNS가 큰 발목을 잡혀 범인 검거가 더 수월해진 사건이다. 사건 수사 초반엔 피해자가 당시 의식이 없던 상태여서 진술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범죄 사건들을 다루는 블로거 알렉스 고더드가 가해자들의 페이스북에서 타임라인을 추적하고, 시간 순서대로 가담한 인물들을 추가로 알아내 그 증거를 게시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나왔지만, 놀랍게도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다. 당시 한참 인기 있었던 미식축구 선수들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블로거 알렉스에게 신변 위협을 하거나 고소하는 사건 또한 발생하게 된다. 알렉스뿐만 아니라 이 일을 전역에 알릴 기자까지 가담했지만 상황은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해결에 사이버 검열팀 Anonymous가 가담하게 되며 종지부를 찍을 당시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가해자들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명확하게 드러나 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가해자는 4달 전, 14살 아이가 피해자인 강간 사건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 또한 있었지만, 그에 대한 추가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해당 사건의 형량만 받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스튜번빌의 강간 피해 생존자 여성들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피해자를 위한 시위를 진행하는 등 마을에서 암암리에 묵살했던 일들을 다시 재확인시켰다. 이 사건 이후 스튜번빌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기를 바란다.  

   

이 다큐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하다. 자극적인 사건임에도 피해자는 제인 도라는 익명 아래 철저하게 신변을 공개하지 않고, 가해자의 행동과 그 당시 존재하던 축구팀 내 강간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전 동일학교 미식축구 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문화의 방관자였음을 알리는 동시에, 사건 당시 이에 대해 가해자를 옹호했던 일부 마을 사람들의 민낯 또한 공개한다. Roll Red Roll이라는 원제 또한 해당 축구팀의 상징적 응원 문구라는 걸 알게 되면, 상황을 제대로 비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렇게 기-승-전-결이 완벽한 다큐 너무 좋다..+정말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 다큐는 최근까지 넷플릭스에서도 시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내렸다고 한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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