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th FIWOM_여자 1, 여자 2, 여자 3, 임브레이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단편은 영화 속에서도 이름 없이 등장하고, 존재를 부정당하며 끊임없이 영화 산업에서 배제되는 여성들의 현실을 재미있게 풍자한다. 우리가 많이 접해오던 영화 속 몇 가지 상황을 보여주는데, 인물들은 다 여성이다. 대사들은 여성들의 불평등을 계속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 노골적으로 의도한 말들이라서 공익 광고 같은 느낌까지 든다. 대사 속 정확한 수치와 통계들을 듣다 보면 정말 여성 영화인이 턱없이 부족함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고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해 보면 범죄를 다루는 영화에서 남성은 수사하는 경찰, 여성은 주로 피해자들이라는 점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후반부에는 영화를 만드는 주요 인력을 여성으로 바꾸었을 때의 기대와 다양성에 대한 여지를 남긴다. 굉장히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보여준, 나름의 매력 있는 이야기.
Embrace,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감독이자 배우인 타린 브럼핏이 출산 전 후의 바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이 모든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그는 사진 게시 후 수많은 인터뷰 요청과 언론의 관심뿐만 아니라, 몸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메일들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들을 격려하고 몸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9주간의 여행을 시작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만난 이들에게 몸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게 된 이유를 묻고 그들의 생활 변화를 집중 조명한다. 인터뷰 동안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다 좋았지만 그중 몇 명만 소개하겠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다이어트는 사람에게 실패를 맛보게 하고, 자존감까지 무너뜨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고 경고하는 제스 베이커. 그는 한때 외모차별, 인종차별로 비난을 받은 아베크롬비 사의 화보를 패러디하여 날씬한 몸매만 사랑받는다는 기본의 편견을 깬 인물이다. 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몸이 아닌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며 생각을 담은 책을 내기도 한다.
또 다른 인물은 하르남 카우르. 그는 이상 다낭성 증후군으로 인해 얼굴에 수염이 많이 자라게 되어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에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극단적 결심을 한 날, 가장 큰 마음가짐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후 용기를 내 자신의 SNS에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나의 일부라며 결국엔 인정하고, 현재는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해주는 활동가로 열심히 좋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변화를 자신감 있게 말한다. 이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체형과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활기찬 에너지로 세상을 보고, 내 몸의 아름다움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항상 겉치레에 집착하고, 미디어에 나오는 인물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재단하는 일들이 다반사인 지금. 이들의 행보는 자신의 몸에서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종착지에 이른다. 자신의 몸은 보이기 위함이 아닌, 원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를 채우는 자동차 같은 존재라는 타린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