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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Dec 16. 2020

소셜 딜레마 (2020)

인간이 알고리즘에 착취당하는 세상.


필멸자들의 삶에 저주 없는 광대함은 없다.
- 소포클레스-


다큐멘터리가 시작하고 나오는 문구이자, 사용자인 인간과 IT산업 간의 관계를 가장 잘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상상 이상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IT산업의 지대한 발전이 있다. 어느 장소에 가든 이제 핸드폰을 보는 일은 자연스러워졌고,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바깥 풍경을 보는 사람은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한 세상이다. <소셜 딜레마>는 소셜 네트워크의 빛과 그림자라고 비유할 수 있는 양면성 중, 그림자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개 방식이 기존에 봐왔던 다큐멘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독특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이, SNS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이들의 인터뷰와 이들이 만들어낸 서비스에 노출된 아이들의 일상을 영화적 요소로 교차하며 보여준다. 




#내가 곧 상품인 사회


앞서 말한 이들은 IT산업의 문제 중, 윤리적 문제에 집중한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내가 곧 상품이다'라는 섬뜩한 문구와 함께, 인간이 상품 그 자체가 되는 비정상적인 시장을 폭로한다. 생활을 좀 더 유익하고 편리하게 바꿔두었던 것의 반대편에는 우리의 정보가 마구 공유 및 분석되며, 끊임없이 우리는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      


쉽게 예를 들자면, 실제 관리 부서 중에는 사용자의 심리를 해킹하는 기능 담당자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여러 소셜 미디어의 사진 속 이름 태그 기능과 DM을 할 때 상대방이 타이핑 중임을 알리는 기능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스크롤을 내리면서 한 이미지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까지 모두 계산하여 우리가 계속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조작한다. 지금 당장은 이 부정적 영향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찾는 시간을 단축해 주는데 왜 위험하다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인지'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셀 수 없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가진다. 우리는 웹 속의 세상은 가상이라는 걸 알지만, 점점 접촉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잘 인지하지 못하고, 이는 점차 현실을 밀어내고 우리의 일상 속까지 점령한다. 특히 10대 초반부터 이런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Z세대들에게는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은 매체 속 과한 미의 기준들에 자신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특히 '좋아요' 기능을 사람들이 정의하는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계속 더 나은 보상과 평판을 위해 끝없이 사진을 보정하는데 시간을 들이고, 자신이 사진 속 인물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이후, 10대 청소년들의 자해, 자살률이 몇 배 급증했다. 그야말로 한 세대와 잠재적인 미래 세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점점 더 약해지고, 무언가를 할 의지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들이 소리 없이 사용자들에게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고 있다. 실제 인터뷰를 보면 IT업계 대표들도 이것이 비윤리적임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지만, 허위 정보로 이윤을 얻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를 따로 취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옳고 그른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자신의 신념에 대한 통제력까지 잃게 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위협에 점차 다다르고, 극단적인 변화로 인해 사회 구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가상에서는 가까워졌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양극화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섞여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차 균형을 잃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구조와 설계를 다 인간이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조금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IT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크게 보았을 때는 수도세처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에도 세를 매기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한 법이 부족한 지금, 이를 제재할 목적의 법률 또한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기업에서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사용자인 우리가 실천할 방법 또한 있다. 인터뷰 속 이들은 자신의 정보를 추적당하지 않고, 좀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자신 맞춤형 정보만 수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 한 기업인은 이를 위해 일부러 자신과는 반대 성향을 지닌 사용자들을 팔로우한다고 한다. 또한 사용 기록을 저장하는 구글보다는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 콴트(Qwant)라는 웹을 추천한다고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시선을 돌려 우리 주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주변의 사람들과 직접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제는 인간을 자원으로 소비하기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창출해내는 IT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마지막 the social dilemma라는 제목이 our social dilemma로 바뀌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소셜 네트워크 문제,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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