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임신 출산 육아. 엄마라면 경험할 당연한 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삶
저는 경력단절 9년차, 8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의 첫 여름방학을 보내고서는 앞으로를 위해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우 잡힌 면접에서 들은 이야기는 '속도를 따라올 수 있겠어요?'라는 담당자의 의문이었습니다. 9년 차 경력단절을 제대로 경험하는 한마디였습니다.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덕분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다짐도 되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제 경험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력은 제가 원래 하던 일과는 전혀 무관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재취업은 어려웠고, 수십 군데 면접 의뢰를 요청드렸지만 단 한 곳만이 면접 응대를 해주셨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반,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현실 인정 반.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을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경기도 GSEEK 사이트에 접속해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강의부터 시작했습니다. 달라진 프로그램에 적응하고 작업이 완료되는 시간도 체크해 보았습니다. 또 경력단절 기간을 이겨낼 보여줄 만한 포트폴리오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취미로 도전하던 문화 예술 교육 경험을 아웃풋으로 작업한 결과물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후속작업도 적극적으로 해나갔습니다. 이때 재미로 경험하던 AI (인공지능) 기술을 제 작품에 포함하여 하나의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금요일 오후마다 2시간씩 15주를 들어오던 문화 예술교육의 성과 공유 전시회로 인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업을 결과물에 접목하여 미디어아트 + 설치작품으로 완성하고는 조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전시 오픈일 작년에 이어 2년 차 참여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이어갈 것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내년도 당연히 참여해야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던 분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경력단절 9년 차를 유지하고 있고, 수익도 없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속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 일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발전된 프로그램을 좀 더 많이 습득하고, 제가 원하고 하고 싶은 작업을 위해 계속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김포문화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G-Art Studio에 '김포 예술인'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김포 예술인 포트폴리오에 제가 등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경력단절 9년 차의 엄마가 갑자기 예술가가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이 곳, 브런치에 남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