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부두 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1952년 9월 ‘라이프’지에 작품이 실린 이틀만에 5백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었었다. 그 성공에 일주일 만에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고, 1953년에 퓰리처상,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헤밍웨이의 인생 속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게 해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쉽게 어떤 일에 일희일비하고 감정과 시간을 낭비한다. 다음달에 집값이 오를지, 내일 주식이 어떻게 될지와 같은 불명확한 미래에 대해서는 밤잠을 못자며 고민한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명확한 미래에 대해서는 대개 생각이 없다. 삶을 쫓아가기에도 힘겨운 세상이라 당장 죽음을 생각하기 어려운 탓도 있을 것이다. 노인은 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다스리며 천천히 고기가 낚이는 것을 기다렸다. 어쩌면 ‘ 언젠가는 이루어질 미래’ 라고 생각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마음을 잘 다스렸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 물론 어떤 일에 대해 진심을 다해 기뻐하고 슬퍼하는 일 역시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감정에 치우쳐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결국은 언젠가는 이루어지게 될 일에 너무 앞서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
노인과 바다의 첫 문장이다. 노인은 고기가 잡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고기 잡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노인의 모습을 보고 노인의 마음가짐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살아가는 일. 설사 인생이 항상 달콤한 행복과 즐거움만 가지고 오지는 않더라도, 고난이 닥쳐도 굳건한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무던한 자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 6
“날이 밝기 시작하자 낚싯줄이 물속으로 풀려 내려갔다. 조각배는 한결같이 움직이고 있었고, 아침 해가 수평선 위에 첫 모습을 드러내자 노인의 오른쪽 어깨에 햇살이 비쳤다.” -54
노인과 바다에서 주목할 점은 헤밍웨이 특유의 덤덤하지만 유려한 문장력이다. 노인과 바다는 읽는 내내 파도가 철썩이고, 윤슬이 아름답게 반짝이며 소금냄새가 베인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섬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헤밍웨이에게 1954년도 노벨 문학상을 안겨 주었다. 얼핏보면 아무런 재미없고 지루한 낚시하는 노년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난과 싸우면서도 어떠한 희망을 잃지 않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허무와 절망을 뛰어넘은 위대한 인간의 정신력을 보여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인간이 가져야 할 인내와 용기를 아름답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감동을 준다. 구성적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일관된 통일성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소설은 약 130페이지의 중편 소설으로, 한 고독한 노인의 고기잡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건과 인물의 단일성은 인상을 통일 하여 더욱 깊은 인상을 준다. 이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체의 특징은 그가 7개월 간의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을 바탕으로 한다. 짧은 문장과 긍정어 사용, 형용사 사용의 자제, 속어 표현, 특히 극단적인 형용사의 사용 금지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그는 늙은 어부의 고기와의 사투를 통한 삶을 향한 불굴의 자세를 간결하고 박진감있는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작품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노인과 바다'에 나타난 헤밍웨이 문학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작품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상징이다. 소년과 노인을 비롯한 구름,상어,돌고래,사자,야구선수,바다 등은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대표적으로 노인은 인간을 대표하고, 바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노인과 바다 속에서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노인을 보살피는 소년에게서 우애의 정신을, 노을진 바닷가에서 뛰어다니는 사자들에게서는 평화와 순결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둘째로는 인생에 대한 헤밍웨이의 심오한 사상이다. 이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은 실패에 굴복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인내하는 노인의 모습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노인은 큰 물고기와 투쟁해서 승리하지만 뜻하지 않게 상어 떼이 공격을 받아 물고기를 다 빼앗긴다. 그렇지만 노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저 고기를 잡는 내일 아침을 위해 잠을 잘 뿐이다. 노인의 인생은 건조하고 허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해서 자연에 순종하며 살아간다.
노인의 가장 큰 힘은 바다에 대해 해박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은 바람소리, 파도높이, 파도 소리만으로도 바다의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그는 바다 속의 고독함을 즐기며 고독을 이겨내고, 바다를 분석함으로써 고난을 극복한다. 이렇게 노인이 바다를 대하는 태도를 봄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에서 어떤 힘을 마련해야 앞으로의 고난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노인과 바다에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담은 문장이 많다. 여든 나흘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은 각오를 강하게 하고 바다로 나가며 ‘나는 신중을 기하겠어. 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니까’라고 다짐한다. 계속해서 실력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운이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자신이 고생을 하여 잡은 물고기를 먹기위해 상어가 계속 따라올 때 , 노인은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바다에 대한 지식과 어떤 어려움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내를 가진 노인과 물고기의 사투 속에서 우리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노인은 물고기를 잡는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이 물고기 하나를 놓쳤을 때 , 승부에 온전히 맞서지 않았을 때 자신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결국 노인은 바다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했고, 그 성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한다. 여기서 헤밍웨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생에서 다가올 승부를 피하지 않고 그것과 끝까지 사투하는 인내의 자세가 아닐까? 어쩌면 승부는 결과 보다는 승부를 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노인과 바다에서는 말해준다. 승부를 위해 붙잡고 있는 인내와 노력의 시간들이 의미있다는 것이다. 수험 생활 중 내가 여러번 내 자신에게 되뇌이고는 했던 주문은,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삶을 대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이었다. 그런 가치관 덕분에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지 않아 후회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최선을 다했기에 내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저 이게 최선이었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다독이고는 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목표를 위해 인내와 노력을 하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인 것일까.
자그마한 조각배를 타고 다니는 노인을 보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쓰러지는 판자촌에서 매일 물고기를 잡는 인생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지루한 인생일까?”
하지만 그의 눈은 누구보다 반짝임으로 빛나고 있으며, 끈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터를 단 좋은 배로 적당한 물고기를 잡는 것에 만족해 있을 때, 노인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더 높은 이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그보다 아름다운 노력이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사는 것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 역시도 현실에 맞추어 생각한 경우인 것이 많으며, 그렇게 적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자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다를 뿐이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삶 역시 고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고도의 목적을 추구하는 자세 역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단한 움직임. 작은 회사에서도 큰 회사를 가기 위한 퇴근 후의 노력. 더 좋은 학교를 가기위한 공부 등. 자신의 현실적인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높은 이상을 향해 노력하는 자세는 감히 폄하할 수 없는, 아주 고결한 자세 라고 생각한다. 결국 헤밍웨이는 노인을 통해 어떤 일에도 용기와 믿음 가지고 맞서서 싸우는 것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배 위에서 수도 없이 혼잣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며, 상어와 끝까지 싸워내는 것은 불굴의 의지의 한 표현이다. 헤밍웨이는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 라고 말했다. 실제 삶 또한 산티아고 노인과 비슷했던 헤밍웨이가 써낸 노인의 삶이 여전히 오랜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힘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앞으로도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