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눈 먼 영웅, 베오울프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본 베오울프

by 이여름

베오울프는 유럽 문학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존하는 최고(古)의 영문학 작품으로써, 고대 영어로 된 가장 긴 작품이다. 현재 덴마크에 해당하는 고대 북유럽에서 태어난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에서 승리한 호로스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헤오르트라는 큰 연회장을 만든다. 이 연회장에서 그는 그가 거느리는 신하들과 함께 매일같이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연다. 이때 늪지에 사는 괴물 그렌델은 밤마다 파티를 여는 소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소음이 들릴 때마다 헤오르트로 가서 많은 데인족을 살상한다. 괴물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로 약 12년 후, 이웃나라 예이츠족의 왕족이자 최고의 전사로 일컫어지고 있던 베오울프는 그렌델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용맹한 전사 14명을 이끌고 호로스가 왕을 찾아간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손의 힘이 강했던 베오울프는 헤오르트에서 큰 연회를 열어 괴물을 유인한 뒤, 그렌델의 팔을 손으로 뜯어버린다. 결국 그렌델은 숨을 거둔다. 자신의 아들(그렌델)의 죽음에 화가 난 물의 마녀는 사람들이 방심한 사이 연회장으로 와서 몇몇 사람을 제외한 전부를 살해해버린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을 수 없던 베오울프는 복수를 위해 왕비의 거처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놀라운 거래를 하게 된다. 물의 마녀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그렌델을 물리침으로써 왕에게 하사 받았던 황금잔을 자신에게 주고 ,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을 내려주게 되리라는 거래를 제안한다. 이러한 마녀의 유혹에 넘어간 베오울프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한 왕국의 왕이 됨으로써 50년 동안 Geats 족의 왕이 되어 왕국을 통치한다. 통치 말년, 고대 보물의 파수꾼이 한 보물 창고를 가게되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용이 이에 의해 화가나게 된다. 베오울프는 용(마녀와 자신의 사이에서 태어나게 된 아들)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결국 아들과의 싸움에서 아들과 함께 최후를 맞게 된다. 베오울프와 동일한 과정을 겪었던 베오울프 이전의 왕은 자살로 끝을 맺지만, 베오울프는 자신 과욕의 산물인 아들을 퇴치함으로써 죗값을 치르고 최후를 맞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베오울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웅적인 특징은 영웅적 행위가 인간의 차원을 넘어 초자연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베오울프의 힘은 평범한 인간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부족을 보호하는 능력과 신체적인 강인함, 그것에 더해지는 용맹함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원인이 된다. 그는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도 물리칠 수 없었던 괴물 그렌델을 하루만에 처치하고, 전쟁에서 지지 않는 등 용맹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그의 남다른 출생, 난세의 구원자라는 특징 역시 영웅의 조건 중에 하나이다. 일반적인 Epic에서 주인공은 주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다. 베오울프에서도 역시 이러한 특징이 드러났다. 베오울프 또한 용맹무쌍하고 지혜를 가진 사람이지만, 부와 권력이라는 탐욕, 그리고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작품은 일반적인 영웅이야기의 구조를 따른다. 작품은 타향⟶성취⟶다시 고향의 구조로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띤다. 이 구조는 Homer의 시인 오딧세이의 구조와 동일하다.


이 영화의 결정적인 메시지는 인간은 앞선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을 보고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앞선 왕인 호로스가는 물의 마녀의 미모, 부와 권력에 눈이 멀어 자기 스스로 괴물을 만드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욕심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자신의 소중한 부하들을 잃고, 끝내는 자살까지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베오울프는 분명 앞선 왕이 이러한 선택으로 괴물을 생산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심을 택했다. 그것은 똑같이 죗값을 치르게 했다. 나는 인간의 욕망이 어느정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인간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인간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인간이 바라는 욕망은 저마다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욕망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불행을 불러온다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우리 시대에도 분명 물의 마녀의 유혹과 같은 거래가 존재한다. 정의와 선을 버리고 권력과 부를 택할 수 있는 거래들은 이미 이 세상에 난무하고 있다.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은 부를 얻기 위해서라면 부도덕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연예인들이 스폰을 통해 작품 활동을 따내고,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부풀리고, 탈세를 하며 세금을 낼 의무를 져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얻게 된 부당한 권력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죗값을 치르게 되기도 하지만, 일개는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베오울프가 쓰여진 고대부터 이어지는 인간의 무한한 탐욕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베오울프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를 통해 오늘날 사회의 모습에 일침을 가한다.


또 하나 느낀 점은 베오울프 속의 여성의 모습이다.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의 역할은 주로 남성의 유희를 위한 성노리개, 혹은 자식을 낳아주기 위한 번식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여성의 역할은 그저 남성들이 곁에서 불안에 벌벌 떠는 역할들이었다. 또한 아름다운 여성은 영웅이 갖추어야 할 하나의 소유물로 여겨졌으며, 중대한 전투를 마치고 난 뒤 하사되는 하나의 트로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대 영웅 작품들 속 여성의 모습은 이러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나라가 괴물과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와중에, 여성들은 가만히 남성이 무사히 전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괴물에 등장에 벌벌 떠는 것이 무력한 존재로 느껴졌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베오울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웅담에서도 많이 등장하였던 모습이다. 소극적이고 연약한 모습, 아름다운 것만이 여성 최고의 능력인 모습. 이러한 모습이 그 시대상의 여성의 모습을 반영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베어울프 영화가 개봉하였을 때, 영화가 주목받았던 방식은 영화의 서사보다는 극 중 등장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씬으로 인해 주목받았던 것이 컸다. 오늘 날까지도 많은 작품들이 작품성 보다는 여성의 노출로 상품화 되어 홍보되는 것이 크다. 이러한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없어져야 할 관습이다. 홍보적인 면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여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작품 내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오늘날 작품들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인 양상을 많이 보인다. 최근 개봉된 크루엘라는 여성 영웅 서사적인 면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 뿐만 아니라 오늘 날 많은 영화들에서 여성은 더 이상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어떠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이상 남성 영웅의 시대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고대의 베오울프 이야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남성 중심적인 관습이 베어들어 남성 서사 중심이었지만, 오늘 날 영화들에서는 여성 중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변해가는 세상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베오울프를 닮은 많은 여성 영웅 이야기가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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