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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pr 28. 2022

책 읽는 노숙자

프랑스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책읽는 노숙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벤치에 누워 책을 든 채로 동냥 모자를 벤치 아래에 두고 있었다. 짤랑이는 동전들이 있었고 그는,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심지어는 웃으며!)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유로 몇 개를 넣으며 그에게 물었다.


 “You’re reading right?”


그가 고개를 들어올리며 슬쩍 웃었다. 책의 표지를 보여주며. 프랑스어로 된 낡은 책이었다. 표지에 그림도 , 사진도 없는 정직한 책.


아마도 그는 길에서 번 돈으로 빵을 먹을 것이다. 파리의 날씨는 살인적으로 춥지 않으니 어디선가 추위를 피한 뒤, 그리고 다시 낮에는 햇빛에 나와 책을 읽을 것이다. 며칠 뒤 마주친 그는 예상대로 책을 읽고 있었다.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한없이 여유로워도 불행과 갑갑함을 느끼는 반면, 돈이 없어도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내가 가져온 고정 관념이 센세이션처럼 뒤바뀐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몰아넣은 것은 아닌가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런 사유없이 물건을 사기 위해 사는 삶은 곧 내가 그 물건에 귀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낱 물건 따위가 인간의 삶보다, 누군가의 소중한 하루 하루보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더 좋은 집을 사기위해,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더 좋은 물건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본과 귀결된 이 모든 욕심은 결국 끝이 없다는 것을 안다. 세상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어쩌면 내 능력이 발전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근사한 물품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앞으로도 우리가 수없이 그런 자본들에 마음이 쉽게 혹하고, 그것을 사기 위해 시간을 들여 돈을 벌 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온 몸이 지친 채로 돌아온 어느 날, 내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물건에 속박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물건을 산다고 삶이 한숨에 근사해지는 것이 아닐텐데, 나는 왜 이렇게 그 물건을 갈망하는 것일까. 문득 내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는 진부한 고전 책 속 말이 그제서야 온 몸으로 다가왔다. 빵 몇 조각을 사먹을 수 있는 동전과 근사한 날씨, 그리고 책 한 권에 아무 걱정 없이 웃으며 태평하게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노숙자의 모습이, 너무도 당연하게 “i’m happy!” 라고 말했던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상기된다. 근사한 물건을 가지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가진 게 많이 없는 그의 모습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많이 없을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아무리 많은 물질을 가져도 불행할텐데. 나는 진심으로 그의 여유로운 마음 가짐을 닮고 싶었고, 더불어 언제나 본질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삶의 목적은 행복과 사랑이라고. 다 행복하고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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