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이거... 이거 봤냐 예현아?"
그렇게 말씀하시던 아버님은 주섬주섬 핸드폰에서 어떤 영상을 찾으시더니 내게 보여주셨다.
<SBS 특별 다큐, 장내 세균 혁명>
'....?! 장내 세균 혁명?'
듣기만 해도 흠칫 놀랄만한 제목.
심지어 그 내용은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채취한 세균을 심각한 장내 질환을 겪는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다큐가 잘못되거나 나쁜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닌 줄 잘 알지만,
'다른 사람의 세균을... 이식한다고...? 이 영상을 아버님이 내게 추천해 주신다고...?'
라고 생각되니 깊은 충격과 함께 고민에 잠겼다.
'아 이건 아니다.. 장인어른한테까지.. 아휴 내가 미쳤지...'
생각해 보아라. 얼마나 내 처지가 민망했을지. 물론 아버님은 나를 생각해서 기꺼이 다큐를 찾아주시고 신경 써주신 것이었지만, 사위된 입장에서 얼마나 부끄럽던지... 아 이건 정말 고쳐야겠다고 다짐한 시점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장 건강을 좋게 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지사제를 매번 복용하는 것이 왜 장에 좋지 않은지. 아버님이 추천해 주신 다큐 <장내 세균 혁명>도 몇 번이나 돌려봤다.
공부하며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었는데, 지사제는 마치.. 전쟁으로 따지면 아군과 적군 상관없이 폭격을 퍼부어 유익균과 유해균을 모두 싹쓸이해 버린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배가 아플 것 같으면 지사제를 늘 달고 살았던 나였으니, 나의 유익균 제군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장이 개선되기 직전 보이는 현상 중에 하나는, 며칠간 묽은 변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익균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유해균이 배출되는 현상인데, 이 점을 잘 알지 못했던 나는 유산균을 먹다가 설사를 하자 다시 지사제를 먹는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 악순환을 끊고자 이를 악물고 일주일간 정말 밀가루, 고춧가루, 튀김류, 기름진 음식류를 피했고 되도록이면 샐러드, 오이, 당근 등 같은 유익균이 많은 채식류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익균 자체인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익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를 모두 섭취했다. 내 장이 너무 안 좋은 점을 고려해서 정량보다 살짝 더 많이 먹긴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