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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Jan 01. 2024

2023년을 마무리하며

2023년을 마무리하며

이번 한 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바쁘고 빠르게 지나갔다.

아내가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던 것이 지난달의 일 같고, 보령의 '스테이오봉'이라는 곳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여유로움을 느낀 일도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두 해를 넘긴 일이 되었다.

그만큼 올해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지고 다치고 생채기가 나고, 어떤 상처들은 거의 다 아물었지만, 어떤 것들은 아직도 쓰라릴 정도로 생생하다.

어떤 날은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답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다 밤을 새우기도, 어떨 때는 환희에 차 기쁨을 표하다 못해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이제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아야지 하며 의식적으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으려고도, 비판과 지적에도 익숙해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실하게 살았는데도 우리는 종종 창피함과 뻘쭘함, 부끄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자리들을 마주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면 업무를 잘 만들어내면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쩌면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비난을, 비판을, 지적받는 삶으로, 한 단계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함을 깨달았다.

23년. 2년 동안 정성스레 가꿨던 가게의 문을 닫았고, 아내와 나는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태중에 갖게 되었다.

나의 반려자로 매일의 삶을 같이 해준,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낄 적이 많다. 이토록 모지리인 나를 늘 받아주어서, 사려 깊게 생각해 주어서. 사려 깊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평생을 곁에 둔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내 인생에 답을 찾은 것 중 한 가지는 나는 내 아내와의 시간이 참 좋다는 것이다.

24년은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아마 나와 아내에게 찾아와 준 '조이'라는 녀석을 위해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며 더 성숙해질까.

푸구 녀석들이 가르쳐주었던 그 대가 없는 헌신을 또 다른 이에게 쏟아줄 차례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삶도 한 단계 더 성숙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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