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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Dec 27. 2021

20살 방구와 19살 푸돌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녕하세요! 그간 푸구(방구와 푸돌이)의 소식이 궁금하셨을 분들께 안부 인사드립니다. 거의 두 달 넘게 글을 쓰지 못했는데, 걱정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희 부부에게도 푸구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는 연말이었습니다. 그 핑계로 차일피일 글 쓰는 것을 미뤄왔네요. 소식이 궁금하다는 진심 어린 댓글에 다시 펜을 잡습니다.


저는 곧 새 직장에 출근할 예정이고 아내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향해 첫 발을 디뎠습니다. 그리고 우리 푸구는 며칠 뒤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네요. 말티즈 방구는 20살, 푸 푸돌이는 19살이  겁니다.

병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와 빨간 리본을 선물받은 푸구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꾹꾹 눌러둔 감정이 자꾸 비집어 나올 것 같아 글을 쓰면서도 음이 뭐랄까... 쉽지가 않은 게 사실네요.


두 달 전의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그새 또 이렇게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워낙 고령견이다 보니 예상했지만 아이들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곤 합니다.


아내의 폰 배경화면에는 누워있지만 그래도 상체를 바짝 들고 우리를 쳐다보는 방구와 푸돌이가 있습니다.  사진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건데... 지금은 이런 사진을 찍을 수도 없지요.


19살 방구는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경입니다. 물도 식사도 배변도 어느 것도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체온 유지도 쉽지 않아 집에서도 두꺼운 털옷을 입혀놓고 있습니다. 신경 증상도 점점 심해져서 굳어진 다리를 풀어주는 게 저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방구를 안고 산책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방구를 케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새벽에 잠을 깨 이 아이의 배변을 돕고 물을 먹여주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그렇지만 이 녀석 방구가 그래도 기력을 다해, 힘을 다해 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방구가 저희를 찾을 때면 늦은 밤에도 눈을 뜨기 마련입니다.


때론 얼굴에 본인의 욕구가 명확히 드러나는 방구의 모습이, 배고프다, 졸리다, 쉬 마렵다 찡찡되는 표정이 귀엽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맞이하는 성탄절. 저희는 오후부터 병원을 향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푸돌이의 거친 호흡에 뭔가 이상하다는 징조를 느낀 아내가 병원에 연락을 취한 후 즉시 응급 내원을 하였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터라 큰일이 아닐 거라 가볍게 생각했던 제 마음과 달리 푸돌이의 상태는 꽤 심각했습니다.


폐 주변에 물이 차는 형태의 흉수가 생겼는데 요도의 종양이 폐로 전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 주시더군요. 폐를 찍은 x-ray 사진을 보는데 지난 9월과 다른 모습에 마음이 덜컥했습니다.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 의도치 않게 푸돌이를 입원시키게 되었습니다.


입원을 무척 싫어하는 푸돌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까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시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 한 번도 '마음의 준비'라는 말을 꺼낸 적 없던 주치의 선생님. 본인도 슬픔에 잠긴 채 건넨 말에서 그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음 느껴보는 이 어두운 분위기에 아내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아내는 잠들지 못한 채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주님,  편안하게만, 아프지 않게만

..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병원 입원실이 아니라 제 품에서... 편안하게 가게 해주세요"


아내는 간밤에 병원에서 긴급 연락이 오지 않기를, 무사히 이 밤이 지나가기를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는지 모릅니다.


슬픔이라는 단어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정들이 아내를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 역시 어떻게 이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혼란스럽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다행히, 푸돌이가 이 밤을 버텨주었습니다.


이뇨제와 몇 가지 긴급 처치를 통해 푸돌이의 흉수를 빼내어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흉수는 지속적으로 계속 찰 것이고 이를 빼내기 위해 쓰는 약은 신부전을 앓고 있는 푸돌이의 신장을 점점.. 망가뜨릴 겁니다.


흉수를 막기 위한 치료는 푸돌이의 신장 수치를 점점 악화시켜 끝내 견디지 못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의 흉수를 빼지 않으면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너무 상극인 치료를 병행해야만 하는 상황.


주치의 선생님은 입원실처럼 산소방을 집에서 쓰는 것을 권장해주셨고 저희는 즉시 인터넷을 통해 산소방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퇴원 확인서를 써주시면서 한번 더 '마음의 준비'를 말씀하십니다. 천사의 미소를 가진 선생님의 무거운 표정과 말투는 어두움의 무게가 더 깊게 느껴집니다.


"얼마나가.. 얼마나일까요 선생님?"

아내의 물음에 슬픈 빛을 보이시는 선생님

"푸돌이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길면 3달 이상이겠지만, 짧으면 1달 이내일 것 같아요..."


'1달'

아내는 그 말을 들을 때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아내가 펑펑 울던 지난밤이 생각나 제 마음까지 울렁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슬프게만 있고 싶지 않아서 신나는 노래를 틀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라는 것이... 꼭 그렇게 우울하게만 슬프게만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깐요.


아내가 오늘 인스타그램을 올린 것을 보니 더 먹먹해집니다.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 엉아(필자)와 누나(필자의 아내)와 행복하게 보내자'

저는 기껏 해봐야 2년 반 정도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황망한데... 20여 년을 함께한 아내의 마음은 어떨지 쉽사리 감이 안 잡힙니다.


글이 너무 무거워진 건 아닌가 싶습니다. 밝게 써보려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하하;


주치의 선생님께서도 이제 이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들, 처방식만 먹느라 평소에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많이 주라고 합니다. 후회하지 않고 아이들은 보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주시는 거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아내의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들도 저희도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올 한 해, 상태가 나빠지는 푸구를 보며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기쁘고 행복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도 그러했으리라 믿습니다.


푸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소식을 궁금해하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사드리며


얼마 남지 않은 21년 한 해도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우리 푸구 소식은 조만간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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