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기로 몇 번이나 다짐했는데, 차갑게 식어버린, 딱딱하게 굳어버린 방구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방구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고자 기억하고자 이 새벽에 펜을 잡습니다
1월 26일 수요일 12시 40분. 이제 막 자정을 지난 시간. 올해로 20살을 맞은 방구가 심정지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고통 없이. 어떠한 신음소리나 발작 없이.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늘 자던 모습 그대로. 방구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방구를 안고 집에 돌아오는 길, 당장이라도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짖어댈 것만 같은 방구의 몸에서 온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내와 저는 조금이나마 그 온기를 잡아보고자 애써보았지만, 우리의 손을 떠난 이 아이의, 이 사랑스러웠던 녀석의 체온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수백 번을 상상해보았지만 단 한 번도 와닿지 않았던 이별의 슬픔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아주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야 말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멍하니 방구를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어제의 모습과 똑같은데, 그냥 곤히 자고 있는 우리 방구인데...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방구야, 고통 없이 간 거 맞지? 편안하게 간 거 맞지? 그런 거지"
이미 병원에서도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기지만 방구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방구의 평안한 얼굴이 대신 대답하는 듯합니다.
"방구야, 고맙고 미안했어. 누나하고 엉아한테는 네가 1순위였고 제일 최우선이었고 최고의 강아지였던거 알지? 그치 방구야? 혹시 누나하고 엉아가 잘 못해준 거 있으면 다 풀어야 돼 알았지? 나중에 누나랑 엉아 천국 가면 앞에 마중 나와서 기다려줄 거지? 응? 누나의 10대 20대 30대를 함께해줘서 고마워, 누나 제일 좋아해 줘서 고마워, 누나 강아지로 와줘서 고마워. 누나랑행복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누나 소원대로 고통 없이 편히 가줘서 고마워..."
아내가 방구에게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그간 못했던 얘기, 마음속에 고이 간직했던 얘기들을 쏟아내어 놓습니다.
방구를 향한 아내의 마음과 사랑이, 그리고 방구가 우리에게 주었던 커다란 감동과 행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강아지를 모르던, 강아지를 진짜 사랑할 줄 모르던 제게 큰 행복과 사랑을 안겨줬던 방구가 이렇게 눈을 감았습니다.
아직도 슬프고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방구는 그의 일생동안 누나 곁에서, 제 곁에서, 방구를 사랑해줬던 주치의 선생님과 펫시터분과 가족들과, 그리고 이렇게 이 글을 봐주시는 랜선 이모삼촌들의 곁에서
평안히 눈을 감습니다.
마지막까지 애써준 그리고 아내의 소원을 들어준 방구가 너무 기특하고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고맙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우리 방구. 저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있다가 누나와 저를 맞으러 나와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