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아빠의 마음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대차이는 가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든다.
"귀를 뚫게 해 주세요!"
"아빠, 나 귀 뚫고 싶어!"
"왜, 귀걸이 하게?"
"응, 내 친구들은 다 뚫었단 말이야, 나도 하고 싶어!"
"조금만 참아, 좀 더 크면 허락해 줄게."
지금은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노래 부르던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딸아이가 어릴 때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게 마뜩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커다란 링의 귀걸이를 초등학생이 하고 다니는 모습이 상상되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내 맘속에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나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다가 마지막에는 아빠가 너한테 바라는 게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느냐는 방어 논리로 겨우 진정시키고 있었다.
어느 날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가 또다시 귀를 뚫겠다고 졸라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몇 가지 철칙이 있는데, 이렇게 아이들의 커다란 요청을 들어줄 때는
나를 설득할 명확한 논리나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계획과 실천을 있어야 했다.
딸아이는 귀를 뚫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귀를 뚫고 치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지 않겠다는 결심을 내세웠다.
더 이상 방어 논리가 없던 터라 흘려 지나가면서 승낙을 했는데, 그날 밤 사단이 벌어졌다.
승낙이 떨어진 바로 그날에 딸아이가 귀를 뚫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귀를 뚫는다'가 아니었다.
아뿔싸, 귀를 뚫는다의 의미를 정확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딸아이는 한쪽 귀의 귓바퀴 중간 부분에 일명 '피어싱'을 하고 왔다.
그것도 2개씩이나!
내가 생각한 귀를 뚫는다는 양쪽 귓불에 구멍을 뚫어 귀걸이를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 피어싱이 무어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형태의 귀걸이를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처음에는 분노가 생겼다가 이미 승낙한 것이 화를 낼 수는 없고 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대화를 시도했다.
"일반적인 귓불에 하는 귀걸이를 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었어?"
"아니, 나는 뮤지션들처럼 귀를 뚫어서 귀걸이를 한다는 말이었어."
"그리고, 이것도 귀걸이라고 불러."
딸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도 몰랐냐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얘기한다.
그런 딸아이에게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면 더 이상의 잔소리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탁했다.
"다음부터는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할 건지 알려주면 좋겠다. 아빠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당분간 귀를 뚫은 부분이 닿지 않도록 한쪽으로만 자야 한다며 돌아누운 딸아이의 귀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딸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기로 마음을 추슬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