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5일 화요일, PD수첩에서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가 방송되었다. 본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다음날 학교에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로 듣기만 했는데도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의 충격이 온몸을 휘감았다. ‘호랑이 스티커’로 불리는 일명 레드카드 사건의 학생이라는 이야기만으로도 탄식이 나왔다.
이젠, 쫌…
이미 한 교사의 인생을 몇 년째 뒤흔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6번째 담임을 교체하게 한 이는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이해하고 싶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답답함과 무기력함과 분노를 느꼈다. 학부모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 교사를 도와줄 수도 꺼내줄 수도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방송을 본 사람들도 알 것이다.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학부모 A, B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평범한 한 학급을 맡아 가르치기에도 쉽지 않은 교사의 삶을 더 이상 농락하거나 망가뜨리지 말아 달라고. 당신의 민원은 등본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류의 일상적인 민원이 아니라는 것을. 등본도 한 번 발급 받으면 3개월은 가는데 한해에만 113회, 61회의 민원은 숫자로만 봐도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자녀가 평상시 목마름이 심하다면 부모로서 물을 가지고 다니는 준비성을 가르치고, 그리고 혹여나 준비하지 못했다면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르치기를.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학생에게 인사를 건네며 안아주는 교사의 아량을 ‘껴안기’ 사건으로 둔갑시켜 고소하는 일은 부디 멈춰달라고.
교사는 학생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람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작년 너무 슬펐고 암담했던 서이초 사건 이후 개선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힘이 약하다. 학교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있나 싶기도 할 정도이다. 교사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학생들을 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힘을 달라는 것이다. 작년 서이초 사건 때 많은 교사들이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라고 외친 그 당연한 힘을 말이다.
PD수첩의 방송 소개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이 학교와 교사를 지켜줄 수 있을까. 서이초 사건 1년, PD수첩은 교권회복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지금 교육 현장에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지 깊이 있게 취재했다.
방송 제목이 그 취재 결과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다. 서이초 2년, 3년…10년이 지난 그때에는 어떤 것이 변했을지, 변하긴 했을지, 그리고 그때에 나는 여전히 교사의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겠지만 그들의 ‘담임’으로 버텨준 많은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나는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