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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형 Apr 23. 2020

타다는 혁신이 아니다

나는 타다가 싫다

나는 타다가 싫다


 '타다금지법’은 3월 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정부는 미래의 편이 아니다" 라고 토로한다.


 나는 미래의 편임에도 타다가 싫다. 나는 이공계 고등학교를 나와 경영학과에 다니며 언젠가 스타트업을 창업할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타다가 싫다. 타다 금지법은 혁신을 정부가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방해와 타다에 대한 규제는 단 한치의 연관성도 없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도전할 수 없는 사회”랑 타다금지법은 별개의 문제다. 타다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 동료에게 죄송하다]고 [좋은 선례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죄송할 필요 전혀 없다. 그렇지 못한 사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다 같은 도전은 없는게 낫다.


택시는 문제다, 상당히


 타다와 별개로 택시는 문제가 많다. 승차거부는 공공연하게 행해진다. 추운 새벽 길에서 앱을 사용해도 잡히지 않는 택시는 이제 익숙한 불편함이다. 가까운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하는 한숨과 욕설은 태워주기만 하면 감사한 일이다. 심지어 냄새가 나는 기사도 있고, 택시 범죄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택시는 기피대상 일순위다. 나는 그래서 택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이면에는 면허제, 요금 제한, 기형적인 사납금과 법인택시 경영 방식과 같은 법적/사회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망가진 택시 서비스의 가해자는 특정하기 어렵다. 택시 기사, 택시 법인, 요금제, 정보 비대칭이 유도되는 환경 등 한둘의 문제가 아니다.


타다의 방법은 틀렸다


 문제는 복잡한 상황 아래서 발생했다. 피해는 나같은 소비자가 보고 있다. 타다는 문제없는 방식의 모빌리티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보인다. 다분히 시장적이며 합리적이다.


 우선 타다는 기술기업이 아니다.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다. 자율주행 기업들은 기술기업이 맞지만, 타다의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물론 기술기업만 혁신은 아니다. 그럼 타다가 창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타다는 서비스를 혁신한다. 타다는 확실히 택시보다 더 나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한다. 공급자 관점에서는 고용방식이다. 사납금만 납부하면 되는 방식에서 고정 임금으로 변화시키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운전기사를 교육했다. 기존 택시회사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분명 타다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유의미하다. 확실히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 그를 위한 고용행태는 가치를 창출한다. 다만 그 표현이 “11인승 카니발을 빌려주고 운전기사를 동시에 알선하는 행위”와 무관할 뿐이다.


 현재 택시산업은 확실히 기형적이다. 그 해결책이 타다가 아닐 뿐이다. 나태한 철밥통 택시기사와 서비스 질을 담합하는 택시회사와 타다의 대결이 아닐 뿐이다. 문제는 경쟁을 만들지 못하는 요금 규제와 비정상적인 사납금 시스템이다. 편법적 해결책은 답이 아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는지, 법적으로 택시인지는 논란거리지만, 확실히 모두는 타다를 택시로 이용한다. 택시랑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명백히, 타다는 택시다.


 택시는 면허사업이다. 택시는 [안전]과 [환경] 그리고 [공공서비스]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정부가 관리해왔다. 즉, 택시에 대한 불만과 문제는 정부의 관리가 정당하고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정부가 택시라는 운수사업을 관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타다는 LPG라는 [환경]규제에도, 가격관리를 정부가 위탁한다는 [공공서비스]적 차원에도 답하지 못한다.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방법을 사용한다.


[사업1. 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34조에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차를 임차한 사람에 대해 유상 사용과, 운송 알선을 금지한다. 다만 11인승 이상의 경우에만 예외로 허용한다. 따라서 쏘카는 11인승 카니발 1500대를, 파견업체에서는 운전기사를, 앱을 통해 두 항목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2. 콜떼기]

 콜떼기는 강남 유흥업소에서 행해지는 불법 택시다. “콜을 하면 대기하고 있는 차가 온다”해서 콜떼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급 외제차와 고급 세단을 렌트해서 영업한다. 초기에는 일대일 계약이었지만 최근에는 컨트롤 타워에 전화하면, 무전기와 핸드폰으로 차를 배분해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차종과 운전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 노골적인 불법이라 어플을 제작하진 못했다.


[사업3. 마카롱택시]

 합법 택시 회사다. 고정 월급제를 사용한다. 민트색 유니폼을 입고 회사 직영차량을 이용한다. 이용자는 승차 거부가 없고 안정된 퀄리티의 택시 서비스를 이용한다. 전용 어플로 호출할 수 있다. 스타트업 KST모빌리티는 택시 50대를 보유한 택시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에 진출했다.


[사업4. 롯데렌탈과 SK렌터카]

 이들은 두 사업자 합 45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렌터카업체다. 이 두 사업자가 가진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1만대 이상이다. 이들도 차량 공유 사업을 한다. 롯데렌탈은 외국인, 장애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 결혼식에 한해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한다. SK스토아는 시간 단위 차량 공유 플랫폼을 운영한다. 그룹에 T맵 택시라는 중개 서비스도 같이 있지만 불법이라 기사를 알선하지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을 뿐이다.


 위 서비스들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타다는 택시다. 타다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문제 많은 기득권 택시업계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타다를 금지하면, 앞으로 누군가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의사협회의 욕심으로 도입하지 못할 것처럼 말한다. 누가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를 개발해도, 변호사협회의 반대로 이용하지 못할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타다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의사보다 능력 좋은 간호사와 “돌봄 센터"를 차려 의사처럼 서비스하는건 혁신이 아니다. 변호사보다 능력 좋은 법무사와 “법 도우미”라고 변호사 일을 하는걸 우리는 혁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건 편법이다.


모빌리티 혁신은 사기다


 남는 자산을 공유해 같이 쓴다는 생각은 혁신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리프트는 신문물이 맞다. 여유자원을 나눈다는 생각과 이를 구현해내는 기술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유자원의 공유와 이용과 그들의 비즈니스는 거리가 멀다. 우버 드라이버는 ‘여유시간’에 일하는 파트타임 근무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우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다. 자차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우버 혹은 제3자를 통해 차량을 대여해서 우버에서 하루종일 일한다. 우버는 그들을 고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리스비, 보험료, 기름값, 핸드폰 요금은 모두 그들의 몫이다. 단지 우버가 중개해주는 일을 하는 인력거꾼이다. 한편, 그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민자거나 유색인종이다.


 경제와 정치는 강력하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동은 우리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그래서 당연히 경제와 정치에 종속된다. 노동은 그 형태와 상관없이 건강과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분야이며, 이 부분에서 법의 통제를 받는다.


 인류는 노동자를 근로자와 특수 근로자(프리랜서)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근로자의 생활권 보호를 위해서다. 근로자는 급여와 보상을 회사에서 수령한다. 실직하면 실업급여도 받는다. 조직 차원의 교섭권도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특수 근로자는 그렇지 않다. 기업과 프리랜서는 계약관계로, 쌍방의 동등성과 책임과 의무를 진다. 물론 프리랜서도 계약을 통해 삶을 영위하지만, 이는 노동법으로는 보호받지 못한다.  근로자와 프리랜서를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종속관계다. 종속관계는 지시와 감독, 불이행의 제재를 말한다. 이 기준을 만족한다면, 근로자다. 법인택시회사에서 택시기사는 사납금을 내고 영업하지만, 그 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근로자로 보호받는다.


 플랫폼은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만들었다. 이건 의도와 상관없는 사실이다. 우버는 밝혔다. “어떤 경우에도 우버와 파트너, 그리고 운전자 사이에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우리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해도 차량 공유 서비스라면, 택시회사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에게 서비스를 받게 된다.


 지난 1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AB5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규정하는 법이다. 핵심은 이렇다. 프리랜서를 고용하려면 "회사의 주요 사업이 아닌 부분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화했다.


 타다 기사는 전용 유니폼을 입고, 엄격한 룰을 지킨다. 타다가 배정하는 곳으로 운전해야 한다. 그러나, 타다의 고용 형태는 10%의 파견노동자를 제외하면 개인사업자다. 이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취직했으며,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 연장/야간근로 수당도 없다. 여기 "남는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없다. “정규직을 질 낮은 자기고용식 일자리로 변화시키는 플랫폼”만 남았다. 타다가 굳이 혁신이라면, [착취혁신]이거나 [노동혁신]일 테다.


 한편, 배달의 민족은 배민커넥터라는 배달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리고 1월 10일 “주 20시간 이상 근로를 허용하지 않을”것을 발표했다. '공유경제'라는 취지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카풀은 [출퇴근 시에만] 허용한다. 유사 택시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타다금지법’은 3월 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11인승 이상의 경우에 허용하던 예외를 관광 목적으로 제한하고 6시간 이상일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11인승 카니발로 운영하던 “타다 베이직”은 3월 5일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법은 보호다. 혁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보호다. 기본적 인권에 대한 보호다. 이재웅 대표는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고 했다. [정부가 못하는 4대보험을 보장]하고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박해한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타다의 혁신과 택시를 가장한 렌트사업은 무관]하다. [법인택시회사는 4대보험이 원래 가능]했다.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선택하는게 아니라 법으로 보장]해야하는 영역이다.


 기술은 많은 효용을 가져온다. 대개 효용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비즈니스는 기술의 대단함을 내 삶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변화를 삶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건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하지만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변화의 크기는 우버로 편하게 택시를 호출하는 나와, 이제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가 된 운전 노동자들에게 다르다. 배민으로 치킨을 시키는 나와, 음식점에서 주던 월급에서 건당 계약으로 바뀐 배달부에게 다르다. 인강으로 편하게 수업을 듣는 나와, 교수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려 거리에 내몰리는 시간강사에게 다르다. 누구나 열심히 살아갈 뿐이지만, 누군가에게 변화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 폭력에 대한 조정을 [법과 정치]의 영역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비즈니스는 [법과 정치]에 종속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쏘카의 자회사 타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물론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와도 정당한 방법으로 겨루지 않았다. 더 중요한 지점은 법이 정한, 아니 우리 사회가 합의한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비즈니스는 대체로 아름답다. 효용 극대화라는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깝다. 이를 조절해 사회 전체의 효용을 높인다. 시장논리와 사람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창출해내는 사업가는, 거대한 사회를 연주하는 마에스트로다. 그래서 비즈니스는 강력하다. 나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파괴적인 도구가 바로 경영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업가를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만능이 아닐 뿐이다.


 때때로 기업은 누군가를 착취하기도,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불완전하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옳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보통 간과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괜찮게 만드는 역할의 일부”라는 측면에서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나는 타다가 싫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타다 지지 서명을 요구하는] VCNC가 싫다. [1만명의 일자리와 170만명의 운송을 책임졌다]라고 홍보하는 이재웅이 싫다. 나는 타다가 [옳지 않은 비즈니스를 해서] 싫다. 그리고 분명히, 이건 법사위의 졸속 행정과도, 혁신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도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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