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이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무얼까?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두 번 세 번 물어봐도 ‘신뢰’라고 답하고 싶다.
블루보틀이 되고 싶은 것 같은 드립 커피를 맛나게 내리는 브이뷔엔 근처 나름 호찌민의 가로수길 같은 분위기의 카페에서 커피를 두 잔씩이나 먹은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밥집으로 옮기기 위해서 그랩 앱을 이용하는데 자동차가 계속 도착했다고 뜨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베트남 택시가 바가지를 잘 씌운다고 해서 잘 타지 않으려 했는데, 어젯밤엔 두 번이나 정상적으로 운행했고 오늘은 그랩이 두 번이나 실패를 해서 옆에서 계속 어디 가느냐고 묻는 택시를 탔다.
항상 이런 상황에는 마침 베트남동은 없고 달러만 있다. 이상하게 짧은 거리에 20만 동까지 금방 오른 미터기가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나온 금액보다 3/2는 더 많은 20달러를 준다고 했더니, 택시기사가 자꾸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더 많은 돈을 필요한 곳에 쓸지언정 한푼이라도 부당하게 쓰기 싫은 것은 많은 사람의 원칙. 결국 20달러를 (그래도 훨씬 더 주는 것이지만) 주니 흔하게 보았던 지폐 바꿔치기를 하며 왜 1달러를 주냐고 한다.
이 정도면 나도 갈 데까지 갔다. 나 내릴 테니 너도 내려봐! 택시기사는 미적거리다 내리진 않고 출발한다.
덩치 큰 남자한테도 이러니 여성이나 노인이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할까?
신뢰, 내가 쓰러지면 일으켜줄 누군가가 있고, 내가 실수하면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무엇보다 큰 사회적 자산이다. 누군가 치우겠지 하고 너도 나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회는 곧 쓰레기통이 되고 누구든 속이려 하는 사회라면 결국 모두가 뒤통수를 맞아 쓰러질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쌓아 거래를 하고 분업을 하고 사회를 일으켜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나 자신만이 아닌 남을 위하거나 당장 나에게 도움이 안 되거나 해가 되는 것 같은 행위가 결국에는 사회의 크기와 도움을 키워 나에게도 득이 되었다.
소매치기가 넘쳐나거나 사기꾼이 넘쳐나는 사회는 모두가 거리에 나가는 걸 꺼리고 모두가 거래를 꺼릴 것이며 결국 사회의 거래와 경제와 부유함은 쪼그라들 것이다.
신뢰는 좋은 사회를 위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내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내가 남을 돕는 것은 칸트가 말했듯 내게 득이 되어서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때문도 아니고 그냥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나라를 보면 반드시 석유, 농산물, 철광석 같은 원자재가 많은 나라가 아닌 경우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2020년 기준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한 때 1만 퍼센트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1인당 GDP는 2022년 1,544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한편 땅이 좁거나 원자재도 부족한 스위스나 싱가폴, 일본은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었다. 그런 나라들에 가서 길거리의 쓰레기나 택시기사의 매너나 자동차가 행인을 배려하는 것을 잘 지켜보면 이 나라들에는 석유 같은 것보다 더 값진 자산이 있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