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진부하다.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 다는건 초등학생 꼬마도 알 것이다. 헌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인문학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철학, 문학, 역사, 정치, 경제, 예술 따위의 영역을 심도 깊게 다뤄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책을 읽기 좋은 시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언제 접하면 그나마도 읽기에 거북함이 없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려한다.
언제 인문학을 읽기 가장 좋은 시기일까? 나는 과감하게 서른이라고 이야기한다. 왜냐고? 이때부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오는 조르바가 답답한 나머지 자신의 생각을 춤으로 추겠다는 느낌과 비슷할 듯 하다.
머리로 이해되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뭐가 있을까? 가령 예를 들면
나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하는 진로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서 배우자, 건강, 주거 문제 등 다양한 고민들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조금 철학작으로 물음표를 던지면
나는 왜 태어났을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따위의 질문을 떠올릴 수 있다.
방금 언급한 의문들은 쉽사리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이유는? 스스로가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성적을 받는 연습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자생적 성장 능력'의 부재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향유 알 수 있는 공론장 형성이 필요하다. 독서모임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모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가 현저히 부족하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독서 모임의 특징은 대개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각 개인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진중하고 심도 깊게 분해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모임은 만나보기가 어렵다. 왜일까?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물질이면에 있다.
모든 발전이 돈이 상정해 준 가치 기준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돈의 가치 기준아래 상정된 기준 중에 최상단에 위치한 가치만이 절대적인 칭호를 부여받고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외 것들은? 점차 수면 아래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를 보라. 이 안에서 우리 사회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돈과 관련된 것들이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맞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누가 과연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만 봐도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생략되는 부분을 다시 살려낼 방법은 없을까? 어렵겠지만 있다. 좋은 관점을 키워낼 수 있는 모임이 많이 생기는 것. 이상적이지만 독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소설가 장강명이 언급한 바 있다. 나 또한 그에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독서모임에 8년 동안 몸담으며 그 가능성에 직접 체험했다. 이상적인 대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필수 요건이 있다. 수준 있는 독서 모임 리더 양성이 시급하다.
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독서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30대라고 이야기한다. 왜냐고? 한국 사회에 10대는 대학만 생각해야 하고 20대는 취업만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대는 여유가 넘치냐고 욕을 할 수 있다. 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30대는 더 생각할게 많고, 더 바쁘고, 체력적으로도 힘이 부치는 시기다. 하지만 이때가 가장 고민이 많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점점 굳기 때문에.....
나는 30대가 마지막 막차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30대 이후에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으니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40대 50대의 삶을 살아보지 못해 경솔하게 던진 말이다. 나를 독서의 길로 이끌어 주신 은사님에 말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기회라는 버스가 오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했다. 20대 때는 수없이 많이 오던 버스가 30대가 되면 하루에 한 번 오고 40대가 되면 1년에 한 번 50대, 60대가 되면 버스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읽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가장 좋은 시기는 10대다. 나는 운이 좋아 20대 중반에 기회를 얻었다. 내가 얻었던 기회가 너무나 소중했기에 이 책을 쓰는 것이다. 나는 어떤 기회를 잡았으며, 그 기회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으로 내 비칠지에 대해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더 이상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밀려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