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큐레이터 에드가 Jan 25. 2023

불안해서 마라탕을 주문했습니다

몸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번아웃이 심각하게 왔어요. 이대로 살다가는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삶에 방식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이 글도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 쓰기로 결심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뱁새였습니다. 황새가 되기를 꿈꾸던 뱁새는 결국 가랑이가 심각하게 찢어졌어요. 뱁새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면서 살걸 후회 중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가랑이는 찢어져 버렸는데요.


황새가 되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오전 5시에 기상해서 30분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바로 헬스장으로 갔습니다. 2시간 운동을 하고 도서관에 갔어요. 점심은 먹지 않았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기로 했거든요. 저녁에 한 끼를 거하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맞히고 20분 정도 쉬었다가 기숙사에 마련된 자습실로 갔습니다. 졸음이 쏟아지기 직전까지 공부를 했어요. 11시까지 했던 거 같아요. 


샤워를 하고 취침을 들기 전에 스마트폰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침대로 갑니다. 침대에는 스탠드 하나가 놓여있어요. 독서용 스탠드입니다. 불을 켜고 독서를 합니다. 15분도 안 돼서 눈이 감겨요. 침대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수면제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 석사 생활 일과표였습니다.  내 생활을 뱁새의 가랑이 찢어지려고 작정한 일과표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물론 매일 같이 일과표대로 살지는 않았어요. 어떤 날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버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침대밖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간은 도서관에 가거나 학교 교실을 지켰습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어요. 1년 장학금까지 받았으니까요. 


문제는 논문을 쓸 때 시작되었습니다.


6개월 정도 독서실에서 살았어요. 아침에 눈뜨면 독서실 가고 눈을 감기 직전에 집으로 왔어요. 왜 독서실에 갔냐고요?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갈 수 없었거든요. 말을 안 했군요. 저는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 귀국조치를 당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잠깐 한국에 돌아왔다가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한국에 급작스럽게 돌아온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노트북은 가져왔거든요. 만약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만 했어요.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졸업을 위해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논문을 쓰고 나니 체력이 방전되더군요.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찾아왔어요. 걸을 힘조차 생기지 않았습니다. 망가져버린 몸뚱이를 되살리려면 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쉬었는데 왜일까요? 체력이 이전만큼 돌아오지 않네요. 저는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은 어떠냐고요? 지금도 이 전만큼의 체력이 돌아오지 않네요.

 

마라탕을 먹어도 거뜬했던 위가 이제는 죽을 먹어도 힘들어하네요. 계발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요. 내가 계발을 하려고 했던 건지 개발을 하려 했던 건지 의문이 드네요. 무리하게 개발을 하려 했던 거 같아요. 기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듯 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듯합니다. 저는 버티지 못하고 고장 나 버렸어요. 고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습니다. 

 

결심을 했습니다. 삶에 방식을 다르게 살기로요. 모든 걸 리셋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기로 마음먹어봅니다. 최소한의 체력부터 되찾아 운동을 하고, 마라탕을 먹어도 몸이 거뜬할 몸을 만들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