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수요취미회가 한달 반 정도 이어진 시점이었다. 이제 수요취미회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시작 시점부터 알고 있었는데, 항상 집을 제공하며 우리를 사육하듯 먹이던 고마운 친구가 이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바람에 이 외에는 우리의 아지트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이는 한시적 모임이었다. 그리고 수요취미회를 시작했을 시점에는 사실 코로나로 인한 집콕이 두달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집콕의 끝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수요취미회가 막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수요취미회, 이번 취미는 바로 '귀걸이 만들기'였다. 예전부터 악세사리 만들기에 조금 흥미가 있었던 터라 이번 주제가 매우 설렜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유행처럼 번져있는 N잡러라는 말을 알지 못했던 때였지만, 그럼에도 항상 새로운 수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기에 여차하면 부업 아이템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처음에는 온라인을 통해 이런저런 재료를 구매했다. 하지만 귀걸이 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의 최대의 단점은 사이즈에 대한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 업체에서는 꼼꼼하게 사이즈를 표기하고 다른 물건을 옆에 놓고 사진을 찍어 비교해주기도 하지만, 그냥 제품 이미지만 띡, 놓고 판매를 하는 업체들도 많아서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또, 도매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그런지 재료 가격이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았고, 마음에 드는 재료를 다 사자니 여러 업체에서 조금씩 주문을 해야해서 여러번 부과되는 배송비도 은근 부담스러웠다. 이런 여러가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대문 시장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지만 일단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주문으로 재료를 구매했다. 고르는 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 애도 먹었지만, 막상 반짝반짝 예쁜 재료들을 받으니 만들기 전부터 뿌듯함이 밀려온다.
귀걸이 재료 온라인 구매 팁 아닌 팁
- 귀걸이 디자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디자인을 해서 올려놓고 그대로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보내주는 사이트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시작해봐도 좋다.
- 펜던트와 귀걸이침 뿐만 아니라 집게, O링(재료와 재료를 이어주는 작은 링으로 사이즈가 여러가지 있다), O링반지(O링을 끼우려면 꼭 필요한 도구), 재료를 넣어둘 케이스도 같이 구매해야 한다.
- 귀걸이침, O링 등은 실버, 골드, 로즈골드 등 색상이 다양하니 어떤 귀걸이를 만들지 구상하고 색깔을 맞춰서 구매해야 실패가 없다.
그렇게 수령한 귀걸이 재료들.
제일 오른쪽의 노란꽃링 재료는 사이즈를 완전 잘못 생각했다.
약 2주간 귀걸이 만들기를 하며 완성한 첫 작품들.
재료를 고를 땐 예쁘고 화려한 펜던트들이 좋았는데 막상 만들고나니 부담스러워서 착용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작은 귀걸이들은 꽤 종종 하고다니며 이거 내가 만들었다? 하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귀걸이 만들기에는 꽤나 재미를 붙여서 실제로 동대문 재료상가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별세계...!
다녀와서 풀어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많은 재료를 영입하고 말았다. 한동안 취미회가 없는 날에도 집에서 부스럭부스럭 열심히 만들었던 추억이 있다. 순식간에 너무 귀걸이가 많아져서 감당이 안될 정도라 몇 개는 선물을 하기도 하고, 판매도 고려했는데 막상 실행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 N잡으로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유력한 아이템 중 하나로 남았다.
귀걸이 만들기 이후에도 프랑스자수와 당시 한창 유행이었던 달고나라떼 만들기 등 우리는 다양한 취미에 도전했다. 그리고 6월 무렵, 친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고, 우리에게는 두 달간의 취미활동의 결과물이 뜻깊고 아름답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