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개미 일기 01. 주식 입문의 추억
코로나로 인해 모두 바깥활동이 줄었고, 외출의 감소에 따라 자연스레 소비도 감소해서일까. 갑자기 엄청나게 주식열풍이 불어닥쳤다. 주식을 막연하게 도박같은 존재로 생각하며 그동안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고, 착실하게 적금을 부어오던 나는 여전히 주식을 머나먼 존재로 여기며 홀대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모임을 하고 있던 오빠가 재테크 관심있는 사람 없냐며 물어왔고, 아는 건 없지만 돈은 벌고 싶었던 나는 냉큼 손을 들었다. 그렇게 5명이 오빠네 신혼집에 옹기종기 모여 엑셀파일 하나씩을 건네받았다.
엑셀에는 현재 자신의 수익, 매달 저축하고 있는 금액, 저축 이자 등을 적으면 얼마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는지 계산되어서 나오는 수식이 걸려있었다. 우리는 제법 진중하게 숫자를 입력하며 채워나갔고, 나는 그때 새삼 눈앞으로 다가온 초라한 숫자에 위축되었다. 내가 매달 성실하게 아무리 10년간 적금을 부어도 집 한채 장만하기에 택도 없었다. 금리가 높지 않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으는 것에 의의를 두는 거라며 고집해왔는데 아무리 모아도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었다. 명수옹의 말은 정말 주옥같다.
오빠는 다들 모두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말했다. 정확한 숫자는 물어보지 않을거지만 다들 기대하는 금액만큼은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며, 그래서 본인은 주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쯤되니 오빠는 주식계의 1타 강사쯤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들으면 들을수록 이 오빠가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었나 하며 새삼 후광이 생겨났다. 우연히 관심이 생겨서 하다보니 이제껏 이걸 왜 안했나 싶다며 우리에게 주식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들을 찬찬히 알려주었고, 한껏 집중력을 발휘해 듣고난 나는 당장에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 다음날부터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네이버, 카카오 등등 일단 알만한 대기업의 이름을 검색해가며 하나하나 즐겨찾기 표시를 해두고는 탐색을 시작했다. 아, 이건 1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네. 이건 생각보다 저렴하네, 부터 시작해서 오르면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떨어지면 파란색으로 표시되는구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눈으로 보며 익혔다. 당장에 뭔가를 사보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웠기에 이것저것 최대한 검색해보고, 토론방에도 들어가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이 있다고 하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모르는 단어 투성이라 업무시간에 이것저것 검색도 해보고, 주식창을 살짝살짝 들여다보다 제풀에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세게 내려놓기도 했던 주린이 시절의 추억(현재도 주린이에 가깝긴 하다)이 벌써 약 10개월 전이라니.
어쨌든 그렇게 나는 주식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코로나로 인한 변화 중 하나였다. 처음 주식에 관심을 갖도록 알려준 오빠 역시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줄어들자 남는 시간을 재테크에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역시 적어진 외출과 그로인해 남은 약간의 여윳돈, 주식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할 수 있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가능했다. 이에 주변에서 엄청나게 주식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불을 지폈다. 주식의 세계는 상당히 역동적이었고, 마치 경마를 볼 때와 같은 설렘을 주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