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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Feb 05. 2023

엄마, 귀찮지 않아?

후회를 줄이고 싶어.

요즘 나의 일정은 연예인만큼 바쁘다. 친정엄마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시게 되면서 장애가 있는 친정아버지의 요양보호사 역할도 내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아이들 챙겨서 학교에 등원시키고 사무실에 간다.

급한일을 처리하고 택배 보낼 것 있으면 싸서 보낸다.

인천 아버지 집으로 40분을 운전해서 간다.

2-3시간 정도 식사준비, 화장실 도움, 세안이나 발 씻기 등의 위생도움, 집청소를 하고 부천의 신랑 가게로 간다.

저녁 장사 준비를 하고 손님을 응대하며  밀키트와 붕어빵 장사한다. (틈틈이 직업소개소 전화도 받는다.)

아이들은 신랑이 픽업하고 저녁은 가게에서 같이 먹는다.

8시쯤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책 읽고 숙제 체크하고 집안일을 한다.

공부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기절하듯 잠이 든다.




저녁 장사 마치고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가 물었다.

엄마, 할아버지 집 가는 거 귀찮지 않아?
언제까지 가야 해?


귀찮은가? 바로 대답이 안 나왔다.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조금 힘들었다. 많은 것들이 헤일처럼 몰려오는 기분이라 조금 숨이 차기도 했다.


귀찮다기보다는 조금 힘들긴 한데,
후회를 줄이고 싶어.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거든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상황이 왔을 때
'그때 더 자주 갈걸, 그때 더 도와드릴 걸.'
후회하는 것보다는
살아계실 때 마음 다해 돌봐드리고 싶어.

물론, 지금 이렇게 한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다만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의 상황을 들은 지인이 그랬다. 뭐든 너무 다 잘해서 그렇다고 조금 내려놓고 주변에도 나누고 하라고, 그리고 그릇이 커서 시련도 크게 오는 거라고 말이다.


굳건히 잘 버텨내고 있으면 웃을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날이 머지않은 시간에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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