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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Dec 27. 2022

"학생~할머니 찬스 써요.~"

살아온 날의 단상


 12월 19일 월요일이었다.


 전국이 꽁꽁 얼었다. 기온이 영하 13도란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마치 동화나라처럼 집에서 창문 밖으로 보는 건 좋은데 막상 집 밖을 나가려 하니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길은  버스가 다니는 길 외엔 온통 빙판이라 한 걸음 딛기도 조심스러웠다. 몇 달 전에 늘 다니던  집에 오는 골목에서 빙판길도 아닌데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 손목을 다친 기억이 가시지도 않은 터라 더 조심스러운 아침출근길이었다.


출근하여 함께 일하는 동료끼리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출근한 것만으로도 오늘 할 일을 다 한 것이라며 서로를 다둑이며 웃었다. 그리고 일 마치고 무사히 걸어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운전석 오른쪽 맨 앞자리가 비어 얼른 앉았다.


버스는 한 정거장을 가서 멈추니 사람들은 내리고 또 사람들은 탔다. 나이 든 사람들은 거의 카드를 꺼내 단말기에 대고 젊은 사람들은 전화기 뒤에 카드가 있는지 전화기를 갖다 댔다. 한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버스에 올라오면서 전화기를 단말기에 대는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버스는 출발을 했고 2 정거장이나 지나갈 동안 학생은 서서  여러 번 전화기를 단말기에 대는 시도를 했다. 사람들은 내리고 올라타고 학생은 잠시 비켜서 있다가 또 시도를 했으나 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뭔가 카드가 잘못됐나 보다." 기사님이 그 학생에게 그냥 타고 가라고 말을 건네기를 바라면서 행여 학생 보고 내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같이 추운 날 걸어가면 안 될 것 같아 지갑에서 얼른 다른 카드를 꺼냈다.


나는 학생에게 조그맣게 말을 걸었다. "학생~할머니 찬스 써요." 하며 카드를 건넸고 학생은 뒤돌아보며 "아~고맙습니다." 하며 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이제는 됐다."라는 마음으로 다시 내게 카드를 건네며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하고는 뒷좌석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때서야 운전기사님은 백미러로 그 학생을 보며  "타기 전에 점검을 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저씨~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지요."라고 대꾸해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님의 나이도 지긋해 학생보다 더 큰  아들이 있을 것 같았는데...


핵생이 얼마나 난감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고,

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걸어가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게 된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1700원으로 누군가의 다행과 오늘 하루의 행복을 나는 나눈 것이다.


나이 듦의 좋은 게 무엇일까?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해 주고,

자신의 위치에서 작은 도움이 가능할 때 도움의 손길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래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게 사는 맛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6살  손주님의 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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