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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Mar 02. 2023

이름

살아온 날의 단상


평생 동안 한 번에 이름을 말했을 때 성이 특이하여  정확히 내 성을 알아듣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의 경우 "김창숙이요?"하기도 하'반 씨' 성이나 '민 씨' 성이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아니요~빈입니다."하고 대답하면 다시 되묻고, 결국은 " 비에 ㄴ받침이에요."라고 몇 번을 해야 겨우 소통이 되었다. 또 어떤 경우는 분명 한글로 내 이름을 적었으나  우편물을 받을 때엔  '반 씨나 김 씨'로 쓰여져 오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오래전 모임에서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었다. 나는 나의 이름을 말하기 전에 또 몇 번을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즉석에서 궁리를 했다. 그리고는

"저는 빈창숙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후손이랍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지요." 하며 '빈세트'의 '빈'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모인 사람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는 다시 "허나  나쁜 분도 계셨답니다. 라덴이지요. " 하니,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내 이름을 몇 번씩이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가끔씩 이름을 말해야 할 때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 0 환승입니다."

새로 입사하신 분이 본인의 성함을 대며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러더니 "요즘 제 이름이 뜨고 있습니다. 아마 전국에서 제일 많이 불리고 있지 않나 합니다." 하는 것이다. 나는 의문이 갔지만 "유명한 분이신가 보다." 생각하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함께 일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빈창숙입니다." 하였더니 새로 입사하신 분께서 "탤런트 김창숙 씨 하고 성함이 똑같으시군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방법으로 나의 이름을 소개하였다.

모두 웃으며 통성명을 하고 난 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친절한 카드단말기는 사람들이 탈 때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우아~정말 뜨고 있네"


평소에는 무심하게 들리던 소리가 그날부터는 너무도 잘 들렸다.

"환승입니다."


 전국에서 제일 많이 불리어지는 이름을 가진 분들께,  불리어지는 만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마음으로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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