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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Apr 20. 2023

헛 나온....

살아온 날의 단상


에구~이건 아무래도 심각하다.

내 안에 틀림없이 정말 누군가가  턱~하고

들어앉아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말이 이렇게 나올 수가 있는가!


보이는 내가 진짜 나인가!

가끔씩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뱉어 내는 가 나인가!


오늘

태블릿이 뭐가 잘못 됐는지  더 이상 진행을 할 수가 없어 작은딸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가까이 사는 관계로 작은딸은 우리 집 컴퓨터나 나의 태블릿, 전화기  안에서 잘 안 되는 일은 자기가 맡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짱가'가 되어 나타난다.


 "어디선가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

   엄청난 속도로 틀림없이

   틀림없이 나타난다.

    --------------

    --------------

   씩씩하고 빠르게 날아온다.

   짱가 짱가 엄마의 짱가~~~~"


이렇게 달려와서는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해 주곤 한다. 금손 아니 금머리이다. ㅎㅎ


딸은 태블릿을  이리저리 차근차근 살펴보고,

나는 화면을 봐도 잘 모르니

딸의 얼굴을  가늘게 뜨고 샅샅이 살펴보고 있으니,

왼쪽 이마 쪽에 뭔가 돋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나ㅡ"잠깐~어디 보자! 이마에 뭐가 돋았네~.

         도마뱀 끼고  봐야겠다."


말을 뱉고 난 순간  머릿속에선 

"헛! 뭐라고라~뭔 소리여~"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딸은 나를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고 보면서,


딸ㅡ"엄마~뭐라고? 도마뱀을 끼고 본다고?"

나ㅡ"아고~도마뱀이 어디서 나왔다냐~

           ㅋㅋㅋ  돋보기가 나와야 허는디.

           갸는 밀림에서 나와야 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끼득거리는데,


딸ㅡ"ㅋㅋㅋ~

         "엄마~엄마가 도마뱀 끼고 날 보면

            어쩌라고~도망가야지~ " 

나ㅡ"나, 아무래도 병원 다녀와야겄어.

         내 속에 또 내가 있는가벼~"


딸ㅡ"엄마~잘생각했어. 병원 가봐야 해~ ㅋㅋㅋ

          지난번엔 아들한테 김장한다는 얘기를,

         '엄마~다음 주에 결혼하는 거 알고 있지?'라고

           나도 모르는 결혼발표를 했잖아."

나ㅡ (김장을 결혼으로 말 실수한 적이 있기에, 모르는 말인             처럼 눈만 크게 뜨고 껌뻑거리며  입 틀어막고 있고.)  


딸ㅡ"엄마~돋보기 새로 해 드릴게.

          도마뱀은~ ~~~절대~절대~~안돼~~~~"


그리고는 둘이 쳐다보며 눈물 나게 웃었다.


근데, 정말 내속에,  내가 아닌 내가 있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말은  <돋보기>였는데

입 속에 있는 말은 <도마뱀>이라고 튀어나온 걸 보면

분명 내가 둘인 게 확실하다.


아~

내가 나의 주인이 되려면


입 속에 먹이를 주지 말고,

머릿속에 먹이를 주면 될까?!

...........


추신: 말 실수는 했지만 소득은 있을것이다.ㅡ돋보기


                         4월14일, 그래서 커피를 내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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