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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법대로 한다 May 20. 2021

쓴소리 하는 친구, 고마워요?

얼마 전 절교한 친구에 대해 얘기하니, 아는 언니가 한 말. 쓴소리 하는 친구는 얼마 없으니 그거에 대해 고마워하란 뉘앙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지나간다고. 처음엔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보니 어이가 없다.


마치 초등학교 때 당한 사랑의 매를 가장한 폭행을 당한 기분. 아니 왜 내가 쓴소리에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묻고 싶다 타인이 당신에게 쓴소리를 한다면 곱게 받아들일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리 개차반의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고. 타인이 내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 평가하며 마치 날 위한듯한 쓴소리를 가장한 말을 하지만, 결국엔 가스 라이팅. 필요 없다고 본다.


참 돌이켜보면 내 주변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다못해 엄마까지 그랬으니깐. 그런 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인가 생각이 든다. 근데 이건 내 입의 문제. 보통 우리 그렇지 않은가. 어릴 적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누군가 A에 대한 소문을 낸다. 귀찮은 A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에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껴 입을 다물고 있다 보면 그게 어느 순간 진실이 되어버렸다.


결국 입 다물고 있는 사람에게 타인들은 참 무례한 거 같다. 당신들이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거 아니면 타인의 인생을 평가하고 충고할 필요도 없다. 무례하다. 주제넘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 가만히 들어주다 보니 습관적으로 몇 사람들은 내 인생에 대해 지적하는 게 취미가 돼 버린 거 같다. 그게 결국 쌓이고 쌓여 내 자존감이 파괴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들에게 지적받을 이유가 없다. 난 상대를 항상 진실하게 대했고, 타인에게 최선을 다했으며, 남들에겐 놀고먹는 프리랜서로 보일지라도, 미안하지만 놀고먹어도 난 내 밥벌이 이상은 한다. 난 타인에게 해를 끼친 적 없고, 진실되게 인생을 살아왔다. 내가 착하다는 이유로 가스 라이팅 당할 이유는 없다.


심리센터에 가서 제일 위로가 됐던 말은 전문적인 검사도 아닌. 그저 내 얘기를 묵묵히 듣던 상담사가 내 손을 꼭 잡고 ‘그동안 참 많이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였다. 그게 뭐라고 그 한마디에 펑펑 울었다.


그래 난 이게 필요했다. 그저 인정. 그냥 내 편. 무슨 판사처럼 옳고 그름을 정의 내려줄 사람이 아닌 그저 내편이면 되었다. 버티기도 힘든 세상. 업무 평가도 아니고 내가 그들에게 평가받을 이유는 없다.


아 심리센터에 돈 들인 보람이 있다. 이제야 좀 제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듯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세상에서 내가 제일 한심하고, 주눅 들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열 받는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내가 뭘 그리 잘못 살았다고. 아 그래 제정신이 돌아오고 있다. 역시 돈 들인 데는 다 티가 난다. 답정너라고 보여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내 행복이 우선이니깐. 나도 살아야겠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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