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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 Mar 28. 2024

성장하는 글쓰기

트라우마가 된 상처, 언제 끝나는 걸까?


나의 개인 저서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 6학년 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를 다닌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도 힘들게 만들며 성장해 왔지만 그 친구는 나의 약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나를 못살게 군 친구였다.


그 친구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혼한 부모님에 담배 피는 억센 할머니 밑에서 자라 사랑이 고팠을 거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나도 어린 나이라 감당하기 힘들었다. 한 마디로 그땐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매일 아침 자기 집 앞으로 오라 하여 엄마한테도 함께 간다고 하고 그 친구 집 앞에서 매일 기다렸다가 학교에 가곤 했었다. 학교에 같이 걸어가다 보면,

"너 다리가 왜 그래? 똑바로 걸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끌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자신이 없었기에 관심이 고파 결국 못됐고 나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아줌마도 엄마한테,

"왜 세영이가 그 얘를 기다리고 같이 가냐고, 아침에 앞에 서서 기다리는 거 보면 안쓰럽다."

고 할 정도였으니 다 소문이 났었다. 엄마도 마음에 들어 하시진 않았지만 친구 사귀는 걸 힘들어해 놔두셨단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데 나를 끌고 가서는 변기통에 쳐 박으며,

"너 같은 거 죽어야 되는데 왜 사냐?"

고 모진 말을 내뱉으며 상처 준 적도 있다. 끝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다른 친구들과 학교를 가기 시작했다. 친구를 기다리며 다른 친구한테,

"00와 같이 학교 다니고 했었는데 나를 때리고 괴롭혔어."

나는 그동안 숨겨뒀던 답답한 마음을 푸념식으로 말하게 되었다.


그다음 날, 반 친구 5명이 나를 괴롭힌 그 친구를 시장 한복판에서 때려 한 친구가 나한테 이제 괜찮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보복을 할까 봐 더 두려웠다. 그런데 급식받으려 줄 서 있는데 허리를 90도 숙이며 사과를 하는 게 아닌가!! 난 그 빈틈을 비집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아무리 약하고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그렇게 괴롭히는 거 아니야."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말을 하고 나니 사이다를 마신 거처럼 속이 시원했다. 내 이야기 같아 이 동화책이 생각난다.

이 동화책을 쓴 작가님도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라 더욱 놀라운 마음이었다. 나도 이런 동화책 한 번쯤은 쓰고 싶다:)


사실 이런 반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시댁과의 관계에도 이혼하지 않는 다음에야 '끝이 있는 걸까?'싶다. 사람을 대하는 인격과 마음은 무시된 채, 강압적으로 하면 다 되는 줄 아시는 분들이다. 내가 그런 환경에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시였다. 공식적인 행사는 찾아가 뵈었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몇 개월 전, 남편과 어머니가 심한 말다툼이 있었다. 남편은 내가 중심 잡으려고 하니까 너도 그리 알라고, 오지 말라고도 하셨단다. 나는 잘 되었다고도 싶었다. 남편한테,

"난 안 가고 싶은데 신랑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죽을 죄 지은 것도 아니고, 가자. 할 도리라도 하자. 어차피 나중에 너희가 한 게 뭐 있냐고 하겠지만..."

남편이 지치지 않고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 공포도 도사린다.

시온이까지 내 편을 들어주며 막아준다.

"할머니는 아빠만 좋아하잖아."

시어머니한테 말하곤 한다. 남편이 할머니한테 가고 싶냐고 떠보며 말하면 싫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싶다가도 잘 되었다고도 싶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고 같다.


그냥 이제라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살고 싶다. 40대가 되어 느낀 나의 인생철학이자 교훈이다.

문득 저녁에 아파트 1층에 나가니 벌써 벚꽃이 만개다. 봄바람처럼 마음도 살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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