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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나 Sep 11. 2020

가늘지만은 않은 팔뚝에 근육을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땀방울이 눈꺼풀 위로 흘러내렸다. 눈에 땀이 들어갔는지 눈알이 뻑뻑하다. 등허리와 가슴팍에 땀자국이 가득하다. 마지막 5번의 팔 굽혀 펴기(같은 것)을 겨우 해내고는 주저앉은 종아리에 땀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대충 수건으로 벅벅 닦아내고는 거울 속의 시뻘게진 얼굴을 본다. 이렇게까지 땀이 났던 게 인생에서 얼마나 있었나 싶다. 기껏 해봐야 초등학생 때 소풍으로 학교 뒷산에서 어린이 대공원까지 등산을 했어야 했던 때가 아닐까? (나는 부산 출신이다. 부산 지명의 뒷글자가 뫼 산(山)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이 없던데, 부산엔 산이 많다.)


퇴근을 하고 바로 가는 체육관은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다들 마스크를 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들 눈 주위가 시뻘게진 채 스쿼트나 웨이트 운동이나 팔 벌려 뛰기를 부들거리며 계속하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계속한다는 것, 운동이란 대체 뭐지?




“퇴근 후 운동, 할 수 있을까?”



원래 운동을 꾸준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냥 충동적으로 작년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던 친구가 먼저 등록해서 운동을 시작했고, 때마침 잦은 출장과 외근에 지쳐가던 나에게 운동을 권했다. 추석 연휴까지 브라질 상파울루 출장을 다녀온 다음 주 온갖 스트레스에 머리 꼭대기까지 화딱지가 차있던 나는 무턱대고 등록을 해버렸다. 3개월 다니는 것에 일시불로 촥! 카드를 긁어 첫날 예약을 하고,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 3회, 시간은 내가 되는 때에 자유롭게 가면 되는 곳. 회사에 매여있는 직장인이니 나에겐 퇴근 후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 과연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내가 운동을 잘할 수 있을까?


첫 날에는 제발 날 기다려달라는 절실한 메시지에도 내 야속한 -사실 불쌍한 대학원생 1이던- 친구는 체육관에서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일시불로 결제하던 날의 패기는 사라진 채, 체육관 음악소리 대박 크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첫 날을 시작했다. 친절한 코치님은 옷 갈아입는 곳, 샤워실 등을 알려주고는 체육복을 손에 쥐어준 채 갈아입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검은색의 반팔 반바지. 헐렁한 체육복을 입고 나오자 운동은 시작됐다.


운동 2일 차... 맨몸 운동을 했음.
박스점프 15 스쿼트10 제자리 뛰기 20 4R 팔굽혀펴기8*4회 무동력 런닝머신 400미터

팔굽혀펴기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겼고 현타 옴ㅋㅋㅋ 어제보다 숨은 덜 차는데  벌써 근육의 느낌이 내일 너는 회사에 기어갈 것이다라는 것이 느껴진다.

-매일 한 운동을 되도록이면 기록을 하고는 있는데, 10개월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팔굽혀펴기는 어렵다.


정말 시시해 보이는 동작들은 정말 빠르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나 그래도 어릴 적에 수영 되게 오래 다녔는데... 그런 생각을 해보지만 실제로 마주한 내 체력은 정말 거렁뱅이 수준이었다. 하긴 가끔 고향집에 내려가서 엄마 따라 쇼핑이라도 하는 날이면 환갑을 찍은 엄마보다 먼저 지쳐서는 눈에 보이는 의자란 의자에 앉아있긴 했다. 수영장 고급반 경력 nn년차인 엄마가 '환갑 먹은 엄마보다 체력이 못하다.'라고 못 박아주긴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지. 엄마는 수영도 하고 요가도 하고 헬스도 하는 슈퍼맘이니까 내 맘 몰라...


“딱 2주만 버티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던 관장님의 말처럼 정말 2주 정도가 지나자 조금씩 운동이 느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강도 운동이 재밌었다. 물론 할 때는 진짜 힘든데, 하고 나서의 뿌듯함이 너무 좋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집착하는 성격인 탓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결석은 하지 않아서인지 매 주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헬스장은 재미 없다고 극혐했던 내가, 수영이 아닌 운동에서 재밌다고 느낀다니! 정말 놀라울 노자다.


16일차
캐틀벨스윙 양손 바꾸며하는것 80회
8키로 머리뒤로들고 스쿼트 40회
2라운드
공포의 타바타1
로잉 버피 로잉 니업
공포의 타바타2
행잉레그레이즈 점핑잭 6키로들고뛰기
매달린거 떨어질때마다 50미터뛰기였는데 안떨어졌지롱!!!!
킥복싱 내일은 어퍼컷배우기로함

-타바타는 여전히 공포다. 공포.



“시작 자체가 성공이다!”


우리 집안이 좀 그렇다. 무언가를 할 때 내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집착적으로 수업이나 과정에 임한다. 성적이 그닥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근면성실하게 학교를 빠지지 않았던 것처럼(대학 시절에도 그랬다. 나에게 결석은 수치였다!) 나는 움직일 수 없게 아프지 않으면 무조건 가야 했다. 웃긴건 아픈 몸을 이끌고 수업에 가는 것보다 나에겐 시작이 훨씬 힘들다는 거다. 학교 같이 강제적으로 가야하는 것이라면 고민이 없지만 학원이나 운동, 동아리나 모임같은거는 시작조차 꺼려했다. 나는 병 같은 성실함이 나를 옥죄이는 것이 싫다. 안하면 편하니까. 게으름과 성실함이 혼재된 인간이란 모순적이다.


나의 이런 모순 덩어리들을 언급하자면 길다. 여튼 지금 중요한 것은 시작했다는 거다. 운동은 시작해야한다. 시크릿이니 습관이니, 이런 거 다 시작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거다. 다음 주 월요일 부터하겠다는 생각일랑 접어두고, 생각이 떠오른 그 날 바로 행동을 게시해야한다. 그리고 일시불로 긁어버리자. 빼도박도 못하게.


습관의 형성은 그 다음인 것같다. 내 집착은 어느 정도 이 부분을 수월하게 해 주었지만, 한달에 한 번 돌아오는 일주일이라던가, 야근이 잦은 주에는 나도 만사 귀찮아 질때가 많다. 그래도 나에게는 이제 루틴이 된 것 같다. 퇴근 후 월 수 금은 체육관으로 직행한다는 것. 내 일상의 습관이 들었다.


가끔 처음 2주만 버티면 된다고 했던 관장님의 말이 운동에 몸이 익숙해 지는 것 뿐만 아니라 운동을 계속 나오게끔 습관을 만들어 주는 2주도 같이 뜻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꾸준함을 이끄는 시간은 적게 든다. 항상 그렇듯 시작이 가장 어려울 뿐이다.



"그러니 완벽한 타이밍이란, 바로 지금 당장!"


회사 후배가 다음 달에는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몇 달째 계속 말하고 있다. 나는 늘 말한다. "오늘 바로 가서 등록하세요!" 어차피 2주 간의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그 고통을 지나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음 주 월요일도, 다음 달 1일도, 내년도 아닌 바로 오늘 지금 당장이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란 말이다. 


올해 초 여러 가지 마음 먹었던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멋진 팔근육 만들기’이다. 가늘지만은 않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팔에 단단하게 멋진 근육을 만들고 싶다. 더 욕심낸다면 등근육도! 일단 여전히 꾸준히 운동 중이지만 내 팔굽혀펴기는 여전히 정자세가 되지 못했다.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멋진 팔근육도 생기진 않았다. 그래도 한번에 할 수있는 팔굽혀 펴기 횟수는 늘었다. 푸쉬업 타바타를 하고 있으면 코치님이 확실히 몸이 가볍다며 칭찬을 건내준다. 생각해보면 팔도 조금 단단해진 것 같다. 캐틀벨도 불가리안백도 조금씩 더 무거운 무게를 사용하여 운동을 한다. 코치님들의 추가 운동이 자꾸 생긴다. 이젠 추가 운동이 기대될 지경이다! 땀을 흘려 얻는 성취의 맛은 너무 행복한 맛이다. 땀이 가득하고 새빨게진 얼굴로 내일도 거울 앞에서 설테다.


**지금은 2.5단계로 인해 운동을 못가고 있는 현실이다. 집에서 열심히 홈트로 대신하고 있다. 운동이 너무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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