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태윤 May 13. 2021

나의 한정승인 연대기 2

한정승인 심판의 과정

 단순 상속과 달리 한정승인은 '우리 한정 승인할게요!' 하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정승인이 안될 수 있으니 매사 조심해야 한다. 한정승인을 하려면 한정승인 심판부터 받아야 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한정승인을 받기로 가닥을 잡은 다음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한정승인 심판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단 상속에도 순위가 있다. 선순위 상속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다음 상속 순위들로 쭉쭉 상속이 내려간다. 그래서 우리가 빚이 많다고 상속을 포기해버리면 쭉쭉 내려가서 손자 손녀 사촌, 친척들까지 계속 상속을 포기하지 않으면 엄한 사람이 빚폭탄을 맞을 수 있다(물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먼 친척의 빚을 상속받은걸 뒤늦게 안 경우에 포기하는 절차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동생이 한정승인을 받고 남편은 상속포기를 하기로 했다. 누가 한정승인을 해도 상관없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남편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시동생이 받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아서 그렇게 결정했다.


 심판을 받기 위해서 피상속인(시어머님)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 말소자 주민등록 초본이 그리고 상속인들은 각자 가족관계 증명서, 주민등록 초본, 인감증명서, 인감도장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서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해야 한다. 일단 우리나라 공기관과 은행들은 평일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면서 휴가를 내거나 점심시간에 잠깐잠깐 외출해서 떼와야 했다. 그리고 상속재산목록! 이 재산에는 부채도 포함되고, 보험 환급금, 예금, 주식, 자동차, 부동산 등등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에서 조회된 모든 재산들의 자료들이 포함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안심 상속 원스톱에 조회한 거니 이미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알아서 해주세요!' 하면 좋겠지만 부동산은 등기부등본 자동차는 등록원부, 은행 예금은 잔액증명서, 보험은 예상 환급금 내역서 등등 재산을 소명하는 자료들을 다 준비해야 한다.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서류들을 준비했다. 더불어 우리의 경우 시어머님 명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관련한 자료들도 준비했다. 


 서류 준비가 완료되면 상속포기 심판청구서와 한정승인 심판청구서를 관할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이 심판청구서는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접수해야 한다. 3개월 안에 저 서류들을 준비하다는 것은 정말 단거리 달리기 하는 속도로 마라톤 코스를 뛰는 것처럼 숨차고 빠르게 지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에 접수한 후 혹시나, 설마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드디어 법원의 심판이 떨어지면 이제 본격적인 청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수수료와 비용들이 발생한다. 위에서 한정승인은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상속재산을 함부로 처분할 경우 단순승인으로 간주돼서 한정승인 심판을 못 받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한정승인 취지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상속받은 부채를 갚는 건데, 상속재산은 내 마음대로 쓴 다음 남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무를 갚는 것은 도둑놈 심보니까.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과정 과정에 계속 비용은 드는데 시어머님 명의의 예금을 잘 못 건들였다가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안되면 낭패이기 때문에 일단 이 모든 비용들은 자비로 처리했다. 


* '한정승인'의 과정이나 절차는 상속 재산이나 상황에 따라서 기간이나 비용이 다 다릅니다. 제 글은 저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 작성되었습니다.


* 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상속문제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과 감정을 작성했기에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분들에 대한 불평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그분들은 절차대로 했으며 제가 삐뚤게 생각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제 심정의 변화들을 솔직히 표현하기 위해 당시 심정을 그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한정승인 연대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